시스템반도체 투자 늘린 삼성, 美 파운드리 투자 확대하나
입력 2021.05.17 16:26
수정 2021.05.17 16:26
최종 투자 결정 앞두고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으로 부담 커져
2030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로 깜짝 투자 발표 가능성 제기
경쟁자 TSMC 투자 확대로 압박감↑...삼성전자 결정 '주목'
삼성전자가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 추가투자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 요구가 점점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이자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타이완 TSMC가 투자 규모를 늘리며 이에 적극 화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대규모 미국 현지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 현지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고 주 정부들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기존 생산시설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한 상태로 현재 주 정부와 오스틴시와 인센티브 조건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투자 결정 지연 속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투자 증액 가능성
사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신규 라인 증설로 검토해 오던 사안으로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과 기존 오스틴 공장 정전 사태 등 여러 이슈들이 맞물리며 투자 결정이 지연돼왔다.
그러는 와중에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투자 결정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반도체는 주요 핵심 의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차량용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졌고 전 세계 각국에서 국가 안보 이슈로까지 부상했고 미국 바이든 정부도 반도체 공급난 해소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주관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반도체 공급난 해소 방안 관련 온라인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인텔·TSMC 등 19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초청한 이 행사에서 직접 기업들에게 현지 반도체 투자를 요청해 기업들이 어떻게든 응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여기에 이번 정상회담 하루 전인 20일에는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대책회의가 열리고 삼성전자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압박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보다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맞춰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9년 4월 개최된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총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 이를 38조원 증액한 것이다.
전체 시스템반도체 규모를 증액한만큼 미국 현지 파운드리 투자 규모도 늘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주요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규모를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말했다.
◆ TSMC, 美 현지 투자 규모 3배 늘리나...고민 깊어지는 삼성전자
이런 상황 속에서 경쟁사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로 삼성전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타이완 TSMC는 당초 계획보다 투자금을 늘려 미국에 3나노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TSMC는 당초 100억~120억달러(약 11조~13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 피닉스에 5나노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계획했지만 이제는 3나노 공장 설립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5나노 공정의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3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을 갖춘 생산 라인을 5개 증설해 총 6개의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3나노는 5나노보다 미세공정이어서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비용이 비용이 라인 하나당 230억~250억달러(한화 25조~2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현지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타이완 현지 언론에서는 TSMC가 이를 위해 당초 계획보다 3배 더 많은 360억달러(약 40조5000억 원)를 투입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 TSMC가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기업들의 연대인 미국반도체연합(SAC)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통해 미국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해서 증액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 2위 업체지만 점유율 격차가 30% 이상(TSMC 54%·삼성전자 17%)로 큰 상황에서 대추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대형 IT 기업 고객들의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현지 투자가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순수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업체로 파운드리 말고도 다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강자 입지를 굳힌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후발주자들이 거센 추격을 할 태세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수 없어 투자를 소홀히 할수 없는 상황이어서 투자 확대가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파운드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TSMC가 미국 현지 투자를 늘려나가는 행보는 주시해야 한다”며 “종합반도체업체로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투자가 분산될 수 밖에 없는 삼성전자로서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