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애초에 난센스"…시계제로 과천 개발, 정부 공급계획 '빨간불'
입력 2021.05.13 06:00
수정 2021.05.12 17:18
정부·지자체·과천시민, 정부과천청사 부지 개발 놓고 이견
"주택공급 성과보다 주민의견 수렴이 우선…연내 청약 힘들 듯"
정부과천청사 부지를 개발해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와 과천시, 과천시민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지난 12일 찾은 정부과천청사 부지는 서울지하철 4호선 초역세권 노른자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돈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부지를 따라 도로 곳곳에는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을 전면 철회 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얼마나 심한지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은 이곳 부지 개발을 놓고 모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을 통해 해당 부지에 4000가구 규모 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시민들은 대책 발표 전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덜컥 개발 계획에 포함된 데 거세게 반발했다.
최근 몇 년 새 신축단지가 대거 들어선 만큼 쾌적한 주거생활을 위해 부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들은 이와 동시에 과천시가 적극적으로 정부의 공급계획을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김종천 과천시장 주민소환 절차도 밝고 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미 재건축 등을 통해 2만가구 이상 들어온 상황인데 현재 거주하는 가구 수만큼 추가로 주택을 더 들이겠다는 건 정부가 과천시민들을 콩나물시루로 내모는 처사"라며 "사당이나 양재로 나가는 도로도 이미 포화상태"라고 답했다.
김동진 주민소환추진위원회 대표는 "주민들이 원하는 건 개발계획 자체를 철회하고 도시숲을 조성하는 등 광장 역할을 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을 꾸며달라는 것"이라며 "과천시는 청사부지를 대체할 부지를 주겠다는 대안인데, 부지가 정부 소유인 만큼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과천시는 이곳 유휴지를 과천시 자족기능 확충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간 시민들과 한목소리를 냈으나 정부가 주택공급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만큼 정책 철회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대안을 마련한 셈이다.
청사부지는 지하철 4호선, GTX-C 환승역(예정), 위례과천선 종착역(예정) 등 3개 역이 중첩되는 노른자위 입지를 갖추고 있다. 이에 시는 복합환승센터나 종합병원을 포함한 디지털 의료 및 바이오 복합시설을 조성하고 부지 일부에 시민광장을 꾸미는 대안을 내놨다.
과천시 관계자는 "청사부지와 유휴부지 두 곳에 한 채의 주택도 짓지 않고 정부가 목표한 4000가구 주택공급이 가능한 대안을 마련했다"며 "무조건 전면 철회만 외치다가 자칫 정부가 사전청약을 강행해 버리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소환 절차로 국토부와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청사 부지를 단순 주거단지로만 조성하는 것이 아닌 경기 남부권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발계획을 변경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신축 34평 기준 20억원 수준에 거래되는데 정부 계획대로 청사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한다면 일대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며 "주민들이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천시에서 제시한 대로 복합센터 등을 건립하면 오히려 시세는 더 뛸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정부가 주택을 대량 공급해 집값을 낮추겠다는 의지여서 과천시 대안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갈등이 우선 봉합되지 않으면 남은 임기 내 주택공급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힘들다는 견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공부지를 주거서비스 시설이나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할 수 있는 R&D센터 등을 구축하는 데 활용하지 않고 아파트를 건설해서 공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토부가 지자체 요구를 당장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고민은 충분히 할 것 같다"라면서도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 반발도 심한 상황에서 당초 공급계획을 실행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보다 좀 더 의견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