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벗어나 스크린·모바일로…연극·뮤지컬, 문턱 낮춘다
입력 2021.05.11 12:49
수정 2021.05.11 12:57
공연 실황 넘어 맞춤 제작 영상으로 관객 만족도 높아
'투란도트', 야외 촬영 가미해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
공연계는 지난해 코로나19와 함께 공연의 영상화를 시도하면서 “공연의 대체제가 아닌, 새로운 수익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공연계의 영상 콘텐츠 개발은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사업이었고, 코로나19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상 콘텐츠의 개발은 공연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주요하다. 어찌 보면 현재 공연계의 영상화는 코로나 시대의 ‘대안’으로 비춰지지만 결론적으론 뮤지컬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고, 문턱을 낮춤으로 해서 공연장으로 관객을 유입시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ㅗ도 볼 수 있다. 즉 공연장과 영화관, 안방을 잇는 소비체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영상화의 첫 걸음은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것부터였다. 뮤지컬 ‘베르테르’ ‘호프’ ‘잃어버린 얼굴 1895’ 등 다수의 공연들이 네이버 라이브 채널과 유튜브 등을 통해 송출됐다. 온라인 안에서도 지난해 상반기엔 기존 공연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는 형식이 주를 이뤘다면, 하반기에는 온라인용으로 별도 촬영·제작한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EMK엔터테인먼트는 숏폼 형태의 웹 뮤지컬(웹과 뮤지컬의 합성어로 웹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뮤지컬을 의미) ‘킬러파티’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 박정숙 사무국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연계 및 문화계 전반에 걸쳐 언택트 콘텐츠 개발이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카이빙 목적의 촬영 수준을 넘어 높은 퀄리티의 실황을 영화관을 통해 개봉하거나 DVD 제작 및 판매가 이어지고 있고, 온라인 영상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 상영 문화 또한 상당 부분 자리를 잡았기에 앞으로도 더욱 활발하게 영상화 작업들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영상으로 대표되는 비대면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다. DIMF도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뮤지컬배우들과 함께한 개막 갈라 콘서트인 ‘DIMF 온택트’를 통해 온라인 개막됐다”면서 “14년 DIMF 역사상 처음 시도된 이 프로그램은 73개국 실시간 8만6000뷰를 기록하는 등 온라인 콘텐츠들이 확장 되어가던 시기에 공간적 제약을 넘어 전 세계 뮤지컬 팬이 DIMF를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큰 의미 남겼다”고 했다.
온라인 공연으로 수요를 확인한 공연계는 본격적으로 영화관과 손잡고,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간 ‘싹 온 스크린’을 통해 공연 실황을 영화관에서 개봉해왔던 예술의전당은 지난해 ‘스테이지 무비’(Stage movie)라는 이름으로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냈다. ‘잃어버린 얼굴 1895’ ‘호프’ ‘시데레우스’ 등 실황 영상을 스크린에 내걸거나,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졌던 '킬러파티' 등의 콘텐츠를 영화관으로 옮기기도 했다.
특히 지난 3월 19일 CGV에서 개봉해 약 한 달간 스크린에 걸린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이하 ‘몬테크리스토’)는 총 1만7264명(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동원했다. 기존 상업영화의 관객수와는 비교 불가하지만, 일반 상영관용은 무론 4DX로도 개봉해 코로나19로 객석 운영에 제한이 큰 상황에서 다른 통로로의 관객 확보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수치로 보고 있다.
창작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기존 공연의 녹화 영상이 아닌, 광림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해 CGV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국내 CGV 29개관과 인도네시아 15개관, 홍콩 3개관, 대만 4개관, 싱가포르 2개관에서, 9일에는 인도네시아 20개관, 홍콩 3개관, 대만 4개관, 싱가포르 2개관에서 공연이 생중계됐다.
초기에 실황을 단순 온라인 중계하던 데서 나아가 이제는 스크린에 맞춘 영상을 제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뮤지컬 ‘베르테르’ 20주년 기념 공연 실황도 풀 HD 카메라 7대를 동원해 새롭게 만들어졌고, 지난달 28일 개봉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영상 촬영에 드론을 동원해 공연장과는 달리 다각도에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예 공연장을 벗어나 야외 촬영까지 더하는 경우도 있다. DIMF은 지난 2011년 초연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를 야외 촬영을 가미한 영화 ‘투란도트: 어둠의 왕국 더 무비’로 재탄생시켰다. 오는 6월 공개될 이 작품은 무대 버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반전 스토리에 4곡의 신곡을 추가했다. 주연은 민우혁·배다해 등 전문 뮤지컬 배우가 맡는다.
박 사무국장은 “뮤지컬영화 제작을 통해 판타지적인 각색과 신곡 뮤지컬 넘버 추가 등으로 또 다른 매력의 영상 콘텐츠로 탄생 시켜 국내 영화관은 물론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과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DIMF를 대표하는 스테디 셀러 ‘투란도트’의 새로운 변신이 뮤지컬과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쏟아져 나온 비대면 콘텐츠는 코로나19의 종식 후에도 OTT 플랫폼 등을 통해 당분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오프라인의 라이브 공연을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는다. 이러한 비대면 콘텐츠들은 코로나가 야기한 팬데믹 속에서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모두의 바람을 반영한 ‘대안’일 뿐 ‘대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