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분양원가 공개 확대…"집값 안정 보단, 로또청약만" 실효성 의문
입력 2021.05.11 06:00
수정 2021.05.11 10:08
6월부터 설계·도급 내역서 등 세부항목 추가 공개
"민간에 일부 '압박' 효과…청약 당첨자만 이익 얻는 구조 해소 어려워"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다음 달부터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범위를 크게 확대한다. 이를 통해 분양시장 투명성을 제고하고 전반적인 집값 안정화 효과를 거두겠다는 목표지만, 실효성을 거둘 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여전하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SH는 오는 6월부터 공공아파트의 설계 및 도급·하도급 내역서를 추가로 공개한다. 현재는 아파트 분양원가 가운데 택지비, 택지비와 공사비, 간접비, 기타 비용 등 62개 항목을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되는 자료는 과거 준공 단지들까지 포함한 최근 10년치 설계 내역서와 도급 내역서 등 세부적인 자료들이다. 향후 공사 계약 건부터 하도급 내역서도 공개할 방침이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SH가 분양가를 부풀려 과도한 차익을 남겼다는 주장에 따라 마련됐다. SH는 그간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며 이를 거부해 왔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시절 분양원가 내역 공개 확대를 공약으로 삼은 만큼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실수요자들은 세부적인 분양원가 공시항목을 공개하면 분양가에 낀 거품을 걷어내 합리적인 수준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공공에 국한되더라도 SH의 분양원가 공개범위가 확대되면 인접한 민간아파트 분양가도 추정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다. 분양단지와 주변 시세를 비교해 청약에 나서거나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등 내 집 마련의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확대 공개는 민간이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공공이 우선 분양원가 항목들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면 같은 주거상품이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가격 인하에 대한 압박을 분명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는 견해다. 분양원가 공개로 저렴한 가격에 공공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더라도 수요보다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로또청약'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분양원가 항목들을 이미 공개하고 있다"라며 "세부항목을 공개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취지라면 시장경제 논리에 반하는 만큼 큰 효과를 거두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또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면 집값이 내려가겠지만 지금은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해 분양하더라도 청약 당첨되는 사람만 덕을 보는 구조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진형 교수는 "과거에도 분양원가 제도가 있었으나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라며 "비슷한 취지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이미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지만 로또청약이라는 말이 생겨났지 않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원가 공개를 통해 시장을 압박하고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것보다 공공은 영구임대를 지어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국민 주거복지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