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영남' 김기현…국민의힘, 당대표 '지역 안배' 어찌될까
입력 2021.05.01 01:40
수정 2021.05.01 13:15
'3단계 지역 안배 퍼즐', 첫 단계는 '영남' 귀결
비영남 당권주자들 "투톱 지역 안배" 강조할듯
홍문표 당장 출마선언…나경원도 '레드카펫'?
원내대표 경선·전당대회·대선후보 경선으로 이어지는 국민의힘 '3단계 퍼즐'의 첫 단계가 '영남'으로 정해졌다. 향후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경쟁 과정에서 '지역 안배'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울산의 4선 중진 김기현 의원이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원내대표 경선 내내 '전국정당' '특정지역 탈피' 등 이름만 바꾼 '영남당' 논란이 계속됐는데, 김 의원이 견제를 뚫고 당선에 성공했다.
이제 당내의 시선은 당권 경쟁으로 옮겨지고 있다. '당의 '투톱'인 당대표·원내대표가 모두 영남 출신이어서는 안된다'는 논리에 비춰보면, 영남 출신 원내대표의 선출은 영남 당권주자들에게는 악재이며 비(非)영남 당권주자들에게는 호재다. 충청권 4선 중진 홍문표 의원이 당장 오는 3일 전당대회 출마선언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영남 당권주자로는 대구 5선 중진 주호영 의원, 부산 5선 중진 조경태 의원, 경남 3선 윤영석·조해진 의원이 있다. 비영남 당권주자로는 앞서 언급된 홍문표 의원 외에 서울 4선 중진 권영세 의원, 서울 초선 김웅 의원과 원외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지역적 조합, '지역 안배'로만 바라보면 권영세·홍문표·김웅 의원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는 '맑음'인 반면, 주호영·조경태·윤영석·조해진 의원에게는 '흐림'인 모양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경우, 원내대표 경선 이후에 자신의 정치적 결심을 밝히겠다는 뜻을 피력해왔는데 '결심'의 내용은 당권 도전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지난달 29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어떻게 하는 게 (당에) 기여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원내대표에 출마한 분들 중 한 쪽은 '절대 나간다는 얘기를 미리 하지 말아달라'는 식"이라며 "원내대표 선거 끝날 때까지는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이제 당권 도전 입장을 밝히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정치권 관계자는 "오늘(30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타난 의원들의 표심도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나 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에 레드카펫이 깔렸다"고 내다봤다.
영남 당권주자들 '대선후보와 지역안배' 맞설듯
"비영남 대선후보 낸다면 당대표는 영남에서…"
유승민 대권행보도 당권경쟁 변수될 여지 다분
이에 맞서 영남 당권주자들은 '당대표·원내대표 지역 안배'가 아닌, '대선후보·당대표 지역 안배'를 꺼내들어 정면 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야권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사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충청권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당대표는 보수정당의 핵심적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 나와 이를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영남 출신 유력 당권주자의 핵심 관계자는 "경북 안동 출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권의 대선후보가 되고, 국무총리도 TK 출신 김부겸 전 장관인데다, 경제부총리까지 대구 영신고를 나온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으로 바뀐다면 영남 표심이 크게 동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 당이 비(非)영남 대선후보를 낸다면 당대표는 영남에서 집안을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영남 출신 당권주자의 관계자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부친의 고향이 충북 영동"이라며 "부친 연고가 충청으로 본인은 서울이 기반이며, 서울대 법대를 나온 율사 출신이라는 점까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중첩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은 당원들이 정말 고민해봐야 한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초선 기수론'으로 '바람'을 기대하고 있는 김웅 의원은 '당대표·원내대표 지역 안배'로만 보면 김기현 원내대표의 선출로 유리해졌고, '대선후보·당대표 지역 안배'로 보더라도 딱히 불리할 게 없다. 다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타난 표심으로 분석하면 불리한 요소가 잠복해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관측이다.
야권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대표를 매개로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유의동 의원이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17표 득표에 머무르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의원도 향후 당권 경쟁 과정에서 유 전 대표와의 관계가 부각되면 어떠한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때마침 유승민 전 대표는 이날 대구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해) 후회나 잘못됐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그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유승민 전 대표의 오늘 발언은 대단히 상식적이지만, 전당대회 결과를 좌우할 당심(黨心)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며 "유 전 대표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눈에 띌수록, 김웅 의원도 당권 도전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