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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아이오닉6·제네시스X도 나오는데…보조금 어쩌나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4.30 06:00
수정 2021.04.30 11:35

지자체별 보조금 소진 속도 상이…서울은 동나고 대전은 20% 미만

분기별 할당, 정부-지자체 보조금 통합 등 제도개선 필요 지적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네시스 엑스 콘셉트카,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그룹

올해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 인기 전기차 모델들이 잇달아 출시된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이 일찌감치 동나 상당수 소비자들이 내년으로 구매를 미룰 상황에 처했다.


내년엔 아이오닉 6와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 등 신모델이 추가되면서 ‘보조금 대란’이 더욱 심화될 예정이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이오닉 5와 EV6 누적 계약물량만 계산해도 환경부가 책정한 올해 정부 전기 승용차 보급 목표인 7만5000대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오닉 5의 경우 1분기 말인 지난달까지 접수된 계약물량이 4만1779대로 집계된 상태다. 여기에 EV6도 3만대 이상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정한 보조금 총 규모는 정부 보조금 지급 규모에 훨씬 못 미친다. 서울특별시 5067대, 인천광역시 4568대, 대전광역시 3154대, 부산광역시 2301대, 제주특별자치도 2046대 등 모두 합해 4만6496대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이 합산돼 지급되는 만큼, 지자체 보조금 총합이 실질적인 보조금 지급 가능대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서울 등에서는 일찌감치 보조금이 동날 상황인 반면, 다른 지역들은 민간공고대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지역별 불균형도 심하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전기차 구매보조금 신청은 총 4964대로 민간공고대수인 5067대의 98.0%가 소진됐다. 부산의 경우 1534대가 신청돼 민간공고대수 2301대의 66.7%를 채운 상태다.


하지만 인천은 4568대 중 1063대만 신청됐고, 대전은 3154대 중 570대, 제주는 2046대 중 260대만 신청돼 아직 여유가 많다. 46대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강원도 정선군의 경우 신청이 단 한 대도 없는 등 민간공고대수가 수십 대에서 수백 대씩인 시, 군 등은 신청 대수 자체가 미미한 곳도 많다.


지자체들은 보조금 지급 기준을 차량 최초 등록 사용본거지를 관내로 한정하고, 최소 6개월 이상 해당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해 보조금이 동난 지자체 거주자가 다른 지자체의 보조금을 활용하기도 힘들다.


즉, 전기차 수요 및 정부 보조금 지원 정책과 무관하게 실제 보조금 지원을 받고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규모는 훨씬 적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테슬라 갤러리에 새롭게 공개된 테슬라 '모델 Y'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기에 보조금 지급이 ‘선착순’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전기차 출시시기에 따른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선 지급 대상자 선정 이후 2개월 내에 차량을 인도받아야 한다.


테슬라의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인 모델3를 이미 1분기에 3200대 가량 판매했다. 일부 트림이 보조금 100% 지급 대상에 포함된 모델Y도 내달 인도를 개시한다.


국산 전기차의 경우 아이오닉 5가 지난 28일부터 인도를 개시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등으로 인해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기 힘든 상황이다. EV6의 경우 아직 인도시기를 가늠하기 힘들다.


이 상태로라면 서울 지역에서는 아이오닉 5 사전계약자의 상당수가 인도를 내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1200만원(서울시 기준)에 달하는 보조금을 포기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소비자가 있을 리 없다. EV6의 경우 서울에서의 보조금 지급은 단 한 대도 없게 될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면담을 갖고 전기차 구매보조금 확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보조금 지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보조금이 일찌감치 동난 지자체에서 보조금 지급대수를 추가로 늘리는 방식보다는 근본적으로 시장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 지급 방식을 ‘선착순’이 아닌 ‘분기별 할당’으로 바꿔 출시 시기가 늦은 차종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와 지자체로 나뉜 보조금 지급 방식을 하나로 통합해 지역별로 어떤 곳은 부족하고, 어떤 곳은 남아도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쌍용자동차의 첫 전기차 모델 E100 티저 이미지. ⓒ쌍용자동차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출시에 나서며 전기차 전환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시장의 혼란만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내년엔 세단형 아이오닉 6, 2024년에는 대형 SUV 아이오닉 7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며, 기아도 역시 2026년까지 7종의 전용 전기차를 내놓는다. 제네시스도 올해 G80 전동화 모델에 이어 내년에는 첫 전용 전기차인 제네시스 엑스의 양산형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 역시 새 주인 찾기가 마무리되면 전기 SUV ‘코란도 e-모션(프로젝트명 E100)’ 출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란도 e-모션은 이미 지난해 개발을 마무리한 상태로 당초 올해 초 출시 예정이었으나 유동성 위기 이후 법정관리까지 받게 되면서 현재까지 미뤄지고 있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각종 불확실성을 줄여 소비자가 적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기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국고·지자체로 이원화된 보조금 지급 체계를 재검토해 거주지와 신청 시기에 따라 보조금 수령 가능성이 달라지지 않도록 제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는 정부와 지자체 예산 문제가 얽혀있어 보조금 지급 시기나 방식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은 지자체별로 친환경차 정책과 예산 배정이 걸린 사안인데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통제할 순 없을 것”이라며 “지자체별로 친환경차 관련 예산 배정 여력에 한계가 있는 곳도 있을 수 있고, ‘관내 친환경차 보급대수’가 정책 성과와도 연결되는 일이라 전국 단위의 통합은 말 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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