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에서 첫 윤석열 책임론 제기…어차피 건너야할 '보수의 강'
입력 2021.04.29 00:00
수정 2021.04.29 05:59
김용판 기자회견서 "과거 적폐수사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친박도 "尹 정권교체 함께해야"…'찻잔속 태풍' 전망 많아
국민의힘 내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적폐수사 책임론'이 처음으로 제기돼 향후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용판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때 내게 국기문란범이라는 누명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윤 전 총장"이라며 "그가 진정성 있게 고해성사해야 새로운 힘을 얻고, 수많은 우국 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서울경찰청장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해 대선에 영향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가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당시 윤 전 총장은 해당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팀장이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대권에 도달하기 위해 건너야할 '보수의 강'을 일찌감치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회견 직후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어차피 한번은 제기될 문제였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와서 오히려 다행"이라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감정을 털고간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야권에선 이번 공개비판이 윤 전 총장을 밀어내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기 보단 일회성 성격의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 많다. 윤 전 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김 의원도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기대를 높여주는 소중한 우파의 자산이라는 관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김 의원의 회견 자체를 만류하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야권재편이 한창인 상황에서 자칫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의원은 "가까운 의원 몇명에게 말했더니 '회견을 안 했으면 한다'며 걱정하더라"고 했다.
당내에선 윤 전 총장과 구원이 있는 김 의원 '개인의 문제'로 선긋기를 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당권주자인 권성동 의원은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검사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은 별개의 문제"라고도 했다.
'적폐수사 반감' 尹 풀어야할 과제…친박‧TK "정권교체가 우선"
과거 검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심장부를 겨눴던 윤 전 총장에게 반감을 품은 강성 보수층 반발은 어느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포함한 범야권을 대선무대로 삼고 있는 만큼 언젠간 정리해야할 과제였다.
현재 당내 친박계에서도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함께해야 한다"는 구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진박' 김재원 전 의원은 최근 "이 정권을 끝낼 수 있다면, 윤 전 총장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이미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도 윤 전 총장이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4월 넷째 주 정례조사(지난 26~27일 전국 성인남녀 1,027명 대상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에서 윤 전 총장의 TK지역 지지율은 50.3%로 과반이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6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공직 수행 중 결정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한 책임론에 방어막을 쳤다. 주 원내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내년 대선의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수도권 지역구 한 의원은 "정권교체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은 모두 모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절실할 정도로 강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윤 전 총장의 선택인데, 우리가 먼저 닫아둘 필요는 없다. 과거에 대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