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징계 남발에 뿔났다...“라임·옵티머스 징계 근거 부족”
입력 2021.04.28 15:00
수정 2021.04.28 14:07
주요국 대비 한국 규제강도 높아...“자율규제 유도가 적합”
“형식적인 내부통제 준수 그쳐...금융사 문화 안착에 한계”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으면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금융권의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관련 세미나를 열어 금감원의 제재 논리를 따지는 등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CEO의 처벌 근거인 한국의 내부통제 제도가 주요국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주요 쟁점을 살피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자본연에선 학계·법조계·증권사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금감원의 제재 방식이 형식적인 통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최근 업계에선 금감원의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과 함께 내부통제 관련 지배구조법 위반 이슈를 둘러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판매사가 내부통제에 실패한 책임이 CEO에게 있다는 논리를 들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법에서 명시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간 이견이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회사가 고위험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소홀히 마련했을 경우 지배구조법에 근거해 CEO를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회사는 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선언적 의미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내부통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자본연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국과 한국은 내부통제의 준수 의무와 활용 수단, 감독자 책임과 관련해 다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규제 강도가 전반적으로 높다는 설명이다. 미국 등 주요국은 내부통제를 제재 목적이 아닌 인센티브 수단으로 활용한다. 또 행정규제를 위반할 경우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하면 중간관리자, CEO까지 최종 책임 부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법률에서 감독자 책임 부과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지배구조법에 근거해 내부통제 마련이 소홀하다고 판단되면 CEO까지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소홀 마련의 범위, 법적 책임자 등 해석에 이견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업계는 관련 범위가 모호해 CEO까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행정규제 위반에 대해 감독자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하면 감독자 책임을 부과하되 사안의 중요성, 역할에 따라 중간관리자와 CEO에게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부통제를 충실히 마련하고 준수한 경우 제재를 경감해주는 등 인센티브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설령 금융사고 이후라도 내부통제를 개선할 경우 제재 경감 사유로 인정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로 낼 것으로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내부통제 마련의무는 법적 강제화보다 자율규제로 유도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이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의 업계 공유 활성화와 임직원 교육, 자격증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내부통제기준이 내부통제를 금융회사의 가치와 문화로 안착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국내에선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진 제재에 주목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이러한 인적 제재를 활용하기 위해선 법률에 내부통제 관련 의무와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는 것이 명시돼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점에서 한국과 미국·영국 3개국의 내부통제제도 설계방식은 큰 차이가 있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임직원 관리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 감경·면책이 가능하다”며 “미국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준수되고 있지 않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상황이었음을 입증해 면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영국은 상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 대한 입증책임을 감독당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경영진에게 이상상황 탐지와 적극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가 유도되는 효과가 있다. 영국의 입법방식은 경영자가 자신의 통제영역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영자가 관리감독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내지 감경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이는 형식적인 내부통제준수에 그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안 교수는 “내부통제시스템 작동 미비시 경영진이 감독책임을 지는 것으로 경영진 의무를 법률에 규정하고, 관리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한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관련 지침은 감독기관이 제공하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