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불황이 발주 최적기라더니"…시황 호조 타고 '함박웃음'
입력 2021.04.26 06:00
수정 2021.04.23 18:07
1분기 매출 2조3673억원·영업이익 9118억원 전망…영업익 작년 연간 치 육박
2017~2018년 발주 초대형유조선·컨테이너선…운임 상승세에 수혜 ‘톡톡’
오랜 기간 부진을 이어온 HMM이 올 1분기 호실적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운 물동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HMM의 갓 인도 받은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실적 반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3~4년 전 미리 발주해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1분기 매출은 2조3673억원, 영업이익은 9118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 1조3131억원에서 80.3% 증가, 영업이익은 20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한 수치다. 만일 1분기 영업이익을 예상치대로 달성한다면 작년 전체 영업이익(9808억원)에 맞먹는 수준이 된다.
올해 전망도 좋다. HMM의 2021년 추정 매출은 9조1788억원, 영업이익은 2조8542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HMM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1년 4월19일 기준 2833포인트(p)로 전주 대비 181.30p 상승했다. SCFI는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 운임 종합 지수다.
운임 상승은 글로벌 선복 규모를 초과하는 수요 발생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이 줄고 운임이 급락했지만,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전환됐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산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해상 물동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운임도 상승한 것이다.
현재 HMM이 호실적을 낼 수 있는 것은 3~4년 전 해운업 불황기에도 적극적으로 배를 발주했던 ‘선제대응’ 덕분이다.
HMM은 2017년 신조선가(선박건조가격)지수가 2003년 이후 역대 최저가 수준일 때 초대형유조선(VLCC) 등을 발주하면서 “선가가 낮은 시기는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발주 시기라고 판단해 건조 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2017년 12월 125포인트에서 2021년 3월 130포인트로 올랐다. 신조선가 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놓고 매달 가격을 비교한다.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선가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적기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것 또한 주효했다. HMM은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발주자금을 지원받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당시 HMM은 2017년 연 4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다. 때문에 산업은행의 지원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3년 가량 흐른 지금 HMM의 당시 선택은 수익 창출의 발판이 됐다. 해운업체가 조선사에 배를 발주한 뒤 인도받는 데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데, 이 때 발주한 배가 운송에 투입되며 현재 호실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HMM은 당시 발주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2020년부터 운송에 투입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모두 인도받을 예정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많은 화물을 한 번에 옮길 수 있어 연비 효율은 높이고 운임은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해운업계는 초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
HMM의 컨테이너 사업부문은 전체 매출에서 88%를 차지할 만큼 높다. 2020년 HMM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 6조4143억원에서 컨테이너 사업 매출은 5조6614억원을 차지했다. 2018년 4조6133억원에서 1조481억원 만큼 늘어났다.
정부는 또한 HMM의 1만3000TEU급 대형 컨선 발주 추가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정부의 1만3000TEU급 선박 12척 추가 신조 방침에 따라 선박 수주를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구체적 계획은 상반기 끝자락인 6월쯤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HMM 관계자는 “2020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미리 초대형선 발주를 하는 등의 준비를 했다”며 “여기에 시황 호조가 겹치며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 2~3분기까지 운임 강세가 이어지다 하반기 완만하게 내려가면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