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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공룡이 되다①] 연예 기획업 파고든 ‘대기업’의 거대자본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4.21 14:00
수정 2021.04.21 10:02

CJ ENM·카카오엔터, 드라마 제작·음악 사업 확장

수직계열화·업계 장악 우려도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 전체 규모는 6조 4210억원(2018년 기준)으로 2016년 5조 3691억원 대비 19.5% 성장했다. 격년으로 실시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업체는 2173개로 2016년 1952개보다 221개(11%) 증가했다.


산업화 하지 못한 소형 기획사나 연예인 1인 기획사가 2000년대를 기점으로 주식회사,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점차 대형화되고 체계적인 산업으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보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특히 2010년 이후 카카오M과 CJ ENM 등 대형 기업들이 연예기획업에 진출하는 등 엔터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연예계 거대 공룡’으로 불리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먼저 연예기획업에 발을 들인 건 CJ ENM이다. 앞서 1990년대 중반, 콘텐츠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던 CJ그룹은 ‘문화가 미래’라는 신념을 가지고 문화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20여년 동안 꾸준히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이미 영화·방송·음악·뮤지컬 등 대중문화 유통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CJ ENM은 OTT(티빙), 융복합 문화사업(CJ라이브시티), 콘텐츠 제작사, 음악레이블로 나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CJ ENM이 연예기획 사업의 지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와 배우 전지현 등이 소속된 문화창고의 지분 인수(현재는 CJ 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에 흡수)를 시작으로, 2010년 드라마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여기에는 문화창고 외에도 ‘더 킹: 영원의 군주’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소속된 화앤담픽쳐스와 케이피제이, 지티스트 등이 계열사로 있다. 이밖에도 CJ ENM은 제이에스픽쳐스, 본팩토리, 제이케이필름, 블라드스튜디오, 스튜디오테이크원, 아트서비스 등의 방송영상물 제작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또 2016년부터는 기존 중소기획사·레이블의 지분을 확보하는 등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서 음악 사업 확장과 글로벌 콘텐츠 강화를 꾀했다. 사실상 CJ ENM이 거대 연예기획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현재 CJ ENM의 자회사로는 박재범과 사이먼도미닉이 공동 대표로 있는 AOMG를 시작으로 다이나믹듀오의 소속사인 아베마컬쳐를 비롯해, 하이어뮤직레코즈, 스윙 엔터테인먼트,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 원펙트 엔터테인먼트(구 엠엠오 엔터테인먼트) 등이 있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와 자본금 7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주)빌리프랩을 설립했다. CJ ENM은 방송과 콘서트, 음반 유통 등 자사 사업 영역을 통해 아티스트 발굴과 활동을 지원하고, 빅히트는 프로듀싱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 제작을 담당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대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소유하고 있는 카카오도 CJ ENM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아이유 소속사이자 음악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를 1조8700억원이라는 거액에 자회사로 인수했고, 2년 후인 2018년 로엔 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M으로 사명 변경 후 흡수합병했다. 이어 멜론 서비스를 제외한 동영상 제작 사업 등을 떼어내 카카오M(구 로엔 엔터테인먼트)으로 재분사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로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김성수·이진수 각자 대표가 이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는 16개의 자회사·관계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카카오M은 7개의 배우 매니지먼트사와 4개의 음악 레이블사를 포함해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 30여 개를 거느리고 있다.


음악레이블로는 스타쉽·크래커·플레이엠·플렉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매니지먼트는 매니지먼트숲·VAST엔터테인먼트·BH엔터테인먼트·어썸이엔티·제이와이드컴퍼니·킹콩바이스타쉽, 드라마·영화 제작사는 글앤그림미디어·로고스필름·메가몬스터·바람픽쳐스·사나이픽쳐스·영화사 월광 등이 종속회사로 등록되어 있다. 또 ‘젠틀맨스가이드’ ‘제이미’ ‘헤드윅’ 등을 제작한 공연 제작사 쇼노트도 카카오M의 계열사다.


또 아이유 소속사인 이담 엔터테인먼트도 사실상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이며, 엠씨더맥스·린의 소속사 325 E&C 역시 마찬가지다.


CJ ENM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은 회사들은 대부분 회사명과 경영권은 유지하고 독자적인 업무를 이어간다. 그러나 결국 주요 결정권은 대주주인 CJ ENM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쥐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구조가 엔터산업 전 분야와 장르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이 되는 동시에, 지배구조에 따른 수직계열화와 업계 장악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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