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섭'발 인터넷 속도 논란…미흡한 통신3사 약관이 더 키웠다
입력 2021.04.20 11:06
수정 2021.04.20 15:10
속도 저하 시 이용자에게 알리는 ‘고지 의무’ 빠져 있어
최저속도 보장제도 ‘유명무실’…이용자가 직접 측정해야
유명 정보기술(IT) 유튜버 ‘잇섭’이 제기한 KT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용약관상의 허점으로 향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잇섭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KT의 10기가비피에스(Gbps) 인터넷 요금제에 가입했으나, 실제 속도를 측정해보니 100메가비피에스(Mbps)로 서비스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10Gbps 인터넷 요금제 이용료는 월 8만8000원이다. 잇섭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월 2만2000원인 100Mbps 요금제보다 4배가량 비싼데도 이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이 된다.
KT는 이용자의 1일 사용량이 1테라바이트(TB)를 초과하면 100Mbps로 인터넷 속도 제어(QoS)를 걸고 있다. 하지만 잇섭은 본인의 하루 사용량이 200~300GB여서 속도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KT는 “해당 유튜버가 연결된 인터넷 장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객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다른 서비스로 제공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유튜버에게 피해 본 부분에 대해 적절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영상이 등장한 이후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 역시 느려진 것 같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실제 속도를 측정한 사진들도 온라인상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KT가 인터넷 속도를 낮췄다는 의심까지 제기되는 상태다.
이 같은 의심이 나오는 이유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이 생겨도 이를 회사측에서 고객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은 이용자인 유튜버 본인이 급격한 속도 저하를 인지하고 직접 측정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지만, 보편적인 이용자들은 속도가 느려진 사실 자체를 모른 채 매달 내고 있던 돈보다 품질이 낮은 서비스를 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약관상의 허점에서 기인한다.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모두 10기가 인터넷 이용 중 하루 사용량이 1TB를 초과하게 되면 100Mbps로 속도 제한을 걸고 있다고 약관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속도에 제한이 걸릴 경우 이용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는 고지 의무는 약관에서 빠져 있다.
최저속도 보장 제도도 마찬가지다. 이통 3사 모두 해당 상품에 대해 최저 3Gbps 속도를 보장한다고 약관에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이보다 속도가 느려질 경우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고지 의무는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SK브로드밴드 이용약관에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최저속도 보장제도’를 통해 30분간 5회 이상 하향 전송속도를 측정해 측정 횟수의 60% 이상이 최저속도에 미달한 경우 당일요금을 감면해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매번 스스로 속도를 점검하지 않는 이상, 최저속도에 미치지 못해도 사실상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 문제는 이통사의 약관 변경 신고를 통해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약관 변경 시 정부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속도 저하 시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의무를 약관에 추가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이통사들이 인터넷 속도 저하 시 이를 이용자들에게 고지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며 “소비자가 그때그때 속도 저하를 알기 어려운 데다가 실제 피해를 봐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QoS를 통해 임의로 속도를 지연시킨 경우에는 당연히 알려야 한다”며 “더 나아가 매달 인터넷 사용 요금을 고지할 때 지난달 평균 속도가 얼마였는지 고지서에 기재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