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백신난 극심한데 '방역 자화자찬'만
입력 2021.04.20 00:40
수정 2021.04.20 04:54
수보회의서 백신 수급 불안 해소 대책 언급 안 해
"국가적 위상 높아져 G7 연속 초청" 성과만 부각
"한미정상회담서 백신 협력 공조" 단 한 차례 언급
"방역·부동산, 민감한 민생 사안" 오세훈 견제도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은 날로 가중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K-방역에 대한 '자화자찬'만 늘어놨다. 문 대통령은 백신과 관련해 "5월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백신 협력을 위해 공조하겠다"고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쇄신을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회의는 지난 16일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단행한 이후 첫 공개석상이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들과 함께 위기 극복에 사력을 다해 왔다"며 "위기에 더욱 강한 우리 국민의 저력과 성숙한 시민의식, 선진적 방역체계와 적극적 재정 정책 등이 어우러지며 세계적으로 방역에서 모범국가, 경제위기 극복에서 선도그룹으로 평가받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또 "덕분에 오히려 국가적 위상이 높아져서 G7 정상회의에 연속적으로 초대받는 나라가 되었고, 1인당 GDP에서 G7을 처음으로 추월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며 "이 같은 국민적 성과, 국가적 성취는 국민들께서 자부할만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 평가는 어제의 성과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와 내일의 과제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오늘의 문제'와 '내일의 과제'로 볼 수 있는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 없이, '어제의 성과'만 부각했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에 도입되거나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당초 확보된 물량(7900만명분)의 11.4%(904만4000명분)뿐이다. '주력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혈전 생성 논란 등으로 특정 백신을 개발한 주요 강대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백신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외신도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OECD 37개 회원국 중 35위 수준이라며, 이 속도대로라면 집단면역을 달성하는데 6년4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 방역 상황은 여전히 안심하기 어렵고, 집단면역까지 난관이 많다"며 "경제는 고용 상황까지 나아지며 회복기로 확실히 들어섰지만, 국민이 온기를 느끼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아슬아슬한 방역관리에 허점이 생기거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충분히 소통하고 긴밀히 협력해 주길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그는 방역과 부동산 문제를 '민생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4·7 재보궐선거에서 단체장이 바뀐 지자체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역·부동산 정책에서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코로나19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도 "지금의 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기만 해도 방역단계를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정부에 오 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협력에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