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4m' 128년 지켜온 거리 "재미 없어. 더 떨어져!"
입력 2021.04.16 09:12
수정 2021.04.18 07:08
투구 거리 조정으로 구속 감소 꾀해 삼진 줄이려는 의도
메이저리그 사무국, 인기 감소 추세 전환 위한 자구책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리그의 인기 감소 추세의 전환을 위해 큰 실험에 나선다.
15일(한국시각) 'MLB.com'은 미국 독립리그 애틀랜틱 리그에서의 새로운 실험을 소개했다.
애틀랜틱 리그는 지난해 MLB와 파트너십을 맺은 뒤 로봇 심판 도입 및 최소 세 타자 상대 후 투수 교체, 마운드 방문 제한 등 다양한 제도의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투구 거리를 현행보다 30cm가량 늘리는 시도다. 현재 투구판과 스트라이크 존 통과 여부를 가리는 홈플레이트 뒤까지의 거리는 약 18.44m(60피트 6인치)인데 이를 18.78m로 늘리겠다는 얘기다.
128년 동안 지켜오던 룰에 손을 대는 가히 혁명에 가까운 실험이다. 야구의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책이다. 삼진이 늘어나고 인플레이 타구가 줄어들면서 야구팬들의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올 시즌도 전체 경기 내용 중 삼진이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거리를 두면 구속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삼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다.
MLB사무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하락세인 빅리그의 인기를 끌어올릴 카드로 ‘공격 야구’를 꺼내들었는데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반발력이 큰 공인구를 사용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선발투수 가치를 살리기 위한 실험도 계속된다. 지난해 선발투수가 7이닝 미만으로 소화한 경기가 메이저리그 전체 경기의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펜 투수들의 분업화가 일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더블-후크(Double-Hook)'라는 새로운 규칙을 도입한다. 지명타자와 선발투수를 연동하는 방식이다. 선발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선발 지명타자 역시 대타나 구원투수로 바꿔야 하는 규정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기민한 대응이라는 평가와 함께 야구의 전통과 특유의 맛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파격적인 변화의 몸부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