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민심 대이동] '패장이지만…' 박영선 역할론 주목되는 이유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1.04.08 05:00 수정 2021.04.09 11:27

애당초 '박영선 책임' 물을 수 없던 선거

'큰 선거' 경험하며 당내 세력기반 마련

친문에 어필하며 '비주류' 이미지 탈피

전당대회·대선경선 '캐스팅보터' 가능성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정권심판론'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재보선을 포함해 최근 11년 동안 치러진 4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득표율 40%를 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처참한 패배였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박 후보가 이번 패전에서 얻은 것도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첫 번째는 민주당이 박 후보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됐다는 점이다.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박 후보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 서울 구로을에서 내리 4선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냈다. 당에 희생하기 보다는 당으로부터 덕을 많이 본 정치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진 만큼 처음부터 쉽지 않은 선거였다. 박 후보 입장에서 안정적인 장관직을 던지고 도전하기에는 리스크가 더 컸다. 더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고, 주요 인사들의 '실언'까지 겹치면서 더욱 어려운 국면에서 진행됐다. 누구도 선거 패배의 책임을 박 후보에게 물을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서울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잘못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하고, 심판은 잘못 없는 박영선이 받은 것"이라며 미안한 감정을 표현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시기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박영선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만큼은 모두가 아까운 사람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두 번째는 '큰 선거'를 경험하며 기반을 다졌다는 점이다. 박 후보가 과거 최고위원을 지낸 전례가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주인공'으로 전국 단위급 선거를 치러본 적은 사실상 없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통해 당 안팎 다수의 조직과 접촉할 수 있었고, 또 초선‧여성을 포함해 의원들과의 친분도 돈독히 쌓을 수 있었다. 이는 향후 박 후보가 '큰 정치'에 나설 때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세 번째는 '비문' '비주류'라는 꼬리표를 뗐다는 점이 꼽힌다. 박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만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며 대립각을 세웠던 '비문'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중기부 장관으로 발탁했지만, 그 색채는 여전했다. 얼마 전 경선에서 박 후보가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발언으로 친문 마케팅을 펼치자 '어색하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선거를 거치며 친문 주류는 물론이고 강성 지지층과의 거리 좁히기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패배로 민주당이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패장인 박 후보가 역설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대목이다.


친문 진영의 한 인사는 "박영선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인지도나 매력은 민주당이 결코 방치하거나 버릴 수 없는 카드"라며 "당내 기반을 마련하고 강성 지지층에게 소구력을 갖게 된 박 후보는 곧 이어질 전당대회와 대선경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캐스팅 보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예상보다 그의 정계 복귀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선거 패배가 확정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제가 모두 받겠다"며 "이제 새로 피어나는 연초록 잎을 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