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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보면 한국 정치판 제대로 보인다

김성민 기자 (icarus1973@paran.com)
입력 2008.01.16 14:53
수정

<기자수첩>혐오스러운 정치판에 웃음보따리...이쯤에서 멈춰야

15일 방송된 PD수첩 ´허경영 신드롬의 함정´을 보면서 많이도 웃었다. 씁쓸한 웃음이었다. 그와 그의 당이 벌이는 행동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모습이 ‘우리 정치계의 모습을 축소판으로 보여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 신격화, 돈벌이 하는 정당

허경영 총재는 자신이 축지법을 쓰며, 눈으로 병든 자를 고치고, 아이큐가 430이라고 말한다. 자신에 대한 일종의 신격화다. 허경영 총재 말고 다른 유명 정치인들은 어땠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통해 땅 위의 신으로 군림하고자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또 어땠나? 1980년 전두환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하루 전날 공영방송의 앵커는 ‘하늘이 내리신 대통령’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군 후배들을 출동시켜 그를 미화하고, 미국 방문길에서 돌아오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위대한 여정’이라고 칭송했다. ‘국운을 개척하는 위대한 영도자’라는 말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PD수첩은 방송을 통해 허총재의 경제공화당이 수익사업을 벌이려고 한다고 전했다. IPTV를 이용한 광고사업 등이 그것이다. 유력 정당에서 수익 사업을 한다면 사실 이건 ‘삥뜯기’나 다름 없다. 사업성이 있건 없건 간에 돈을 가진 자들은 정당에 돈을 바치고 돈 대신 뭔가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정당이 수익 사업을 한다니 말이 되나?

다른 거대 정당들은 어땠을까. 수익 사업을 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각종 정치자금을 셀 수 없이 받아왔던 정당들은 사실상 수익 사업을 했던 셈이다. 유력 대권 주자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자의든 타의든 돈을 가져다 바쳤고, 그 돈으로 우리 역사 속의 정당들과 정치인들은 배를 불려왔다.

정권 창출에 앞장섰던 유력 정치인이 정계에서 물러나 사업을 한다고 하면 해당 기업으로 돈이 물린다. 알만한 다단계 판매 회사였다. 유력 정당의 요직을 두루 거쳤던 인물이 새로운 문어발 기업을 차려서 수많은 소액 투자자로부터 돈을 긁어모았고, 그는 그 돈으로 정치계, 언론계, 정부 기관에게 까지 로비를 하며 사업을 띄웠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숱한 고통만 안겨준 채 감옥으로 걸어들어갔다.

매관매직하는 정당, 이미지 띄우기

PD수첩을 통해 허 총재와 그의 측근들이 돈으로 ´한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모습이 보였다. 허총재가 "비례대표(예전의 전국구) 4~5번 정도를 얻으려면 10억"이라는 말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신은 어차피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테고, 자신의 밑에 있는 순번 사람이 국회의원이 안되더라도 자신이 국회의원을 물려주면 승계가 되니 그 정도 돈이면 확실히 국회의원 자리가 보장된다는 요지의 장면이다.

총선 때가 되면 비례대표, 전국구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특별당비를 소속 정당에 납부한다. 선거가 끝나면 이들이 낸 특별당비에 대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특별당비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꿰차지 못한 사람들의 하소연과 법적 소송이 발생한다.

높은 순번을 차지해 국회의원 자리가 보장될 사람들의 이력을 보면 어김없이 ‘돈 많이 있겠군’ 하는 생각들게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의회에 진출하는 걸까? 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권마다 꼭 한 두번씩은 기업과 연관된 ´게이트´ 사건이 꼭 터진다.

미디어가 허총재를 이용해 시청률을 올리고, 허총재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알린다. 다른 정치인도 마찮가지다. 선거 즈음이면 부랴부랴 대필을 해서라도 책을 찍어내 출판기념회를 열어 언론에 노출하고, 대담 프로그램이다, 쇼프로그램이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자신 또는 지인을 출연시켜 이미지 띄우기를 시도한다.

그래도 나는 허총재가 사실 고맙다. 선거 때문에 방송에서 정치인들이 난무하면 사실 별로 웃을 일이 없다. 하지만 허총재는 적어도 시청자들에게,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줬다. ‘군소후보’라고 불리며 기이한 행동과 공약을 내세웠던 허총재가 국민들에게 진정한 웃음을 주지 못하는 우리 정치인들 대신 그 일을 해낸 것이다.

그런데, 허총재를 통한 웃음이 이쯤에서 멈춰지길 바란다. 웃음이 계속 될수록 우리 마음 뒤켠에 남는 허탈함의 무게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늘어난 그 허탈함의 무게. 다른 진정한 정치인이 좀 덜어주길 바라는 건 헛된 소망일까.

굳이 헛된 소망이라고 한 까닭은 아이큐430의 허경영 총재보다 더 기발한 방법으로 우리 정치를 망치는 ´나쁜 천재 정치인´들이 아직도 이땅에 너무나 많을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다.

김성민 기자 (icarus197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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