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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무더기 중징계에 금융사 지배구조까지 '흔들'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1.04.07 06:00
수정 2021.04.07 09:26

"우리도 피해자" 목소리 뭉개며 금융사와 법정다툼 예고

주요 금융사 CEO거취 불투명…"시장 혼란 불가피" 우려

서울 여의도 금융가 전경.ⓒ데일리안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지주와 은행에 잇따라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금융사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금융권에선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최고경영자(CEO)까지 옷을 벗기는 것은 과도한 징계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선 오는 8일 금감원의 우리‧신한은행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를 앞두고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사모펀드 사태와 얽힌 금융사들은 "매년 은행장을 뽑아야 하나", "금융사 임원자리가 사지(死地)"라는 등 지배구조 리스크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각각 통보받았다. 제재 수위가 그대로 확정되면 손 회장과 진 행장은 향후 3년 이상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권에선 중징계를 받은 CEO들이 남은 임기를 채우는 것은 가능하지만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금융권에선 라임을 비롯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제재 대상에 오른 금융사 CEO만 줄잡아 30여명에 달해 금융시장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금감원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도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 삼아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고, 두 CEO는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아울러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부실 관리‧감독 책임을 금융사와 CEO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감원 제재심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금융사들의 하소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금융지주회사법의 '내부통제' 규정 등을 이유로 중징계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더욱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제재절차도 지난해 10월 시작해 반년 넘게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제재절차를 미뤄서 압박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현재 라임 판매사 가운데 제재가 완료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판매 증권사(신한금투·KB증권·대신증권)는 현재 금융위원회 심의가 진행 중이고, 우리·신한은행은 금감원 제재심 단계를 거치고 있다.


최근 들어 당국의 징계권한 앞에 꿈쩍 못했던 금융업계가 이례적으로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은행장 징계를 추진하는 것에 은행권의 우려가 크다"며 공개 반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의 제재 결정 이후 금융사와의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하면 결국 금융 신뢰를 깎아내리는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금감원 입장에선 감독당국으로써 권위 문제와 직결된다.


금감원의 경우 지난해 제기된 소송만 77건에 달하는 등 '금융소송원'으로 불리는 상황이다. 소송을 내야할 금융사 역시 '수퍼갑'인 금감원과 법정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판매를 허가해준 펀드를 판 금융사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라는 모호한 근거를 내세워 경영진까지 중징계하는 것은 금융사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송전으로 인한 금융권 혼란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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