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친모, 딸 시신 숨기려 아이 옷·신발 샀다

檢, 시신 유기 미수 → 시신 은닉 미수 혐의 기소

지난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홀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보람' 양의 친모 석모(48)씨가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이 당초 석씨에 대한 사체 유기 미수 혐의를 '은닉' 미수 혐의로 바꿔 기소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5일 석씨에게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석씨에게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적용했는데, 검찰이 사체은닉 미수로 바꿔 기소했다. 검찰은 혐의 일부가 바뀐 데 대해 석씨가 3세 여아 시신을 매장하려고 옷과 신발을 산 정황을 꼽았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월 9일 석씨는 딸 김모(22)씨의 집에서 여아의 시신을 발견한 뒤 매장하기 위해 옷과 신발을 사 이불과 종이박스를 들고 갔다가 두려움 등의 이유로 이불만 덮어주고 되돌아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석씨는 사체은닉미수 혐의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사실관계는 동일하고 법리 적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체은닉으로) 바뀌었다"며 "(혐의 내용 자체가)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검찰은 두 아이를 바꿔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석씨가 딸 김씨의 친자(석씨의 외손녀)를 약취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석씨가 다니던 병원 진료기록에서 출산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 증거 다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의약품과 유아용품 구매명세,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이 증거로 제출됐다.

검찰은 경찰과 함께 김씨의 사라진 친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의 첫 재판은 오는 9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다.

숨진 여아의 언니로 밝혀진 김씨는 지난해 8월 이사를 하면서 빈집에 아이(숨진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수사당국은 살인 등 4개 혐의의 형량이 센 만큼 김씨가 이번 재판에서 자신과 숨진 여아의 관계 등에 대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밝힐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