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코로나 1년, 국내기업 K자형 양극화 뚜렷”
입력 2021.04.05 06:00
수정 2021.04.05 00:05
지난해 상장사 재무제표 분석…정책지원 필요
의료·제약 영업익 125.7%…기계는 –72.8%
상장사 4개 중 1개 수익으로 이자도 못 내
국내 상장사들의 업종별 성적표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코스피 및 코스닥 비금융 상장 기업 1017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기업규모별로 상·하위 20% 기업 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격차가 확대된 가운데, 업종별로도 의료·제약, 전기·전자 등 코로나 수혜업종과 유통 및 대면서비스 등 피해업종의 차이가 극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업종 내에서도 상위 3개 기업이 업종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코로나 진단키트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지난해 의료·제약업종은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125.7% 급증했다. ▲전기·전자(64.0%) ▲음식료(27.4%) ▲소프트웨어·인터넷·방송서비스(18.6%) 등 비대면화 수혜 업종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반면 ▲유통 및 대면서비스(-26.4%), ▲사업서비스(-39.1%) 등 서비스 업종과 ▲기계(-72.8%) ▲운송장비(-38.7%) ▲철강·금속(-37.8%) ▲화학(-27.1%) 등 전통 제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9년에 비해 줄었다.
업종 내에서도 기업 간 쏠림현상이 뚜렷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한 7개 업종(‘기타’ 업종 제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각 업종별 영업이익 증가분 중 상위 3개사의 비중이 62.7%에서 최대 191.8%까지 나타났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기업 수 기준 1.9%에 불과한 상위 3개사의 영업이익 증가분이 ‘업종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의 91.0%를 차지했다. ▲운수·창고 (상위 3개사 비중 191.8%) ▲비금속(175.0%)은 상위 3개사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오히려 줄어들 정도로 업종 내 양극화가 심각했다.
상장사 매출 5분위 배율은 2019년 266.6배에서 2020년 304.9배로 확대됐다. 매출 상·하위 20% 기업 간 평균 영업이익 차이도 2019년 2386억원에서 2020년 3060억원으로 674억원(28.3%) 늘어났다.
2020년 상장사 종업원 수는 108.0만명으로 2019년 109.1만명 대비 1.1만명 줄었다. ▲화학 -6665명(▲7.5%) ▲유통 및 대면서비스 –5794명(▲6.0%) 등 영업이익이 줄어든 업종에서 종업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SW·인터넷·방송서비 -2129명(-3.9%) ▲통신 -1106명(-2.6%) ▲음식료 -1012명(-2.1%) 등은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종업원 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장사 실적이 양호해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해 규제개혁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장사 4개 중 1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기업의 수는 2019년 249개에서 2020년 255개로 6개 늘어났다. 이는 상장기업의 25.1%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