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항산(13)
입력 2004.11.16 11:20
수정 2004.12.07 18:07
13.
까마귀는 참새목 까마귀과의 텃새. 참새구나. 까마귀는 텃새가 심해서 맹금류도 그들 영역에 함부로 못 들어간다고 해요.
잘못된 인식. 기억력이 없는 사람을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로 표현하죠. 실제는 반대라고 해요. 지능이 뛰어나고 기억력도 좋다고 해요. 사냥한 먹이를 종류별로 나누어 저장한다고 해요. 까마귀의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라고 ´오합지졸´ (烏合之卒)´라는 말도 생겼지만 반대로 토끼나 고라니를 사냥할 때 팀워크가 최상이라고 하는 이도 있어요. 뭐가 뭔지.
흉조로 불린 내막. "제주도 신화인 ‘차사본풀이’에서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赤牌旨)를 강림이 까마귀를 시켜 인간세계에 전하도록 하였는데, 마을에 이르러 이것을 잃어버린 까마귀가 자기 멋대로 외쳐댔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의 죽는 순서가 뒤바뀌어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죽어갔다고 한다. 이때부터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믿거나 말거나. 고양이 보면 눈빛이 기분 나쁘고 , 뱀보면 생긴 게 기분 나쁘듯이 ,까마귀는 소리가 기분 나쁘죠. 기분 나쁘다는데 우야겠노.
소동파도 나쁜 권세가들을 올빼미, 매미, 시끄러운 개구리떼라고도 했지만 ´썩은 쥐고기를 먹는 까마귀´ 라고 했고요.
까마귀에 대한 시조 정리. 1) 정몽주 어머니로 알려졌으나 확실치 않다고 해요. "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 성산 까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청강에 좋이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이 시조는 까마귀 욕하는 거구만.
2) 고려 공민왕때 문신으로 조선 태종때 영의정 지낸 이직의 작품. 두 왕조를 넘나든데 대한 항변이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아마도 겉 희고 검은 속 너뿐인가 하노라". 이 시조는 겉 검다고 까마귀를 왜 욕하냐는 거구만.
3) 미상. "까마귀 검으나따나 해오라비 희나따나/ 황새 다리 기나따나 오리다리 짜르나따나/ 평생에 흑백장단을 구별하여 무엇하리". 이 시조는 까마귀가 검은 게 무슨 대수냐는 거구만. 노장사상이 담겨있나.
4) 미상인가. "까마귀 칠하여 검으며 해오라비 늙어 희랴/ 천생 흑백은 예부터 있건마는 / 어찌다 날 본님은 검다희다 하는고". 이 시조는 원래 까마귀는 검은데 그런데, 어떡하라는 것이냐는 거구만. 배째라는 거네.
5) 반포효은(反哺孝恩). 까마귀라는 새는 어릴 때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가 키우면 어미가 나이가 들어서 먹이를 구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새끼가 먹이를 구해다 어미를 먹인답니다. 물론 까마귀는 어른이 되어도 어미의 둥지를 같이 쓰거나 멀리 떠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데 보였을 뿐이라는데. 어쨌든. 조상들의 효촉구 시조에 자주 등장하죠.
인조때 문신 김상용의 작품. "어버이 자식 사이 하늘 삼긴 지친이라 / 부모 곧 아니면 이 몸이 있을소냐 / 오조도 반포를 하니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주어) 부모 효도하여라"
까마귀 까만 것을 가지고 장난 많이 쳤구만. 하여튼 가지가지네. 한 가지 특징만 보지 말고 다 한꺼번에 보니 까마귀 검은 게 별 것 아니네.
까마귀에 대해서 어느 것이 맞는 지, 나 원 참. 나한테 잘하면 좋고 나한테 잘못하면 나쁘지 뭐. 까마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버려야하겠네.
심심풀이 땅콩. 역사상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수두룩하다는 이들도 수두룩. 이것만 모아서 한번 정리.
´후흑학 (厚黑學)"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느낌이 좋지 않죠. 중국의 사회비평가 리쭝우(李宗吾, 1879-1944)의 책이죠. ´면후심흑 (面厚心黑), 즉 낯짝이 두껍고 뱃속은 시커멓다는 뜻. 처세학의 대표책. 하기사 지금 세상은 온통 ´면후심흑´. 아니면 말고. 지금 세상은 겉은 사람, 속은 짐승 즉 人面獸心가.
그는 이 책에서, "유비의 장기는 얼굴이 두꺼운데 있으니 조조에게 의지하다가 여포에게 붙고 여포에게 의탁하다가 숙적 손권과 결탁하고 다시 원소의 품에 안기는 등 동서 여기저기 찾아다니지 않은 집이 없고 다른 사람의 울밑에서 기탁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생 울기를 잘한다---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 앞에서 한바탕 통곡하여 어려운 국면을 유리하게 전환시켰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유비의 강산은 모두 그의 울음으로 얻어진 것"이라고 하였으니 이 사람 역시 능력있는 영웅임에는 틀림없다. 유비는 뚜꺼운 얼굴로 ,조조는 검은 마음으로 서로 쌍벽을 이룬다. 두 사람은 서로를 칭찬하면서 원소등 여러 군웅을 낮추어본다. 그래서 조조가 ´천하영웅은 오직 그대와 나 조조 뿐이다´라고 한 것이다."
삼국지를 쓴 나관중은 유비를 착한 사람이라 치켜세우고, 조조를 나쁜 사람이라고 깍아내렸는데 보는 시각이 다르네요.
´면후심흑´은 꼭 나쁜 뜻만은 아니라고 해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도 있고 대의를 위해 소의를 가차없이 버리는 냉혹한 결단도 있으니까요.
리쭝우는 이 분야의 대가로 한고조 유방을 꼽았죠. 우선 面厚면에서. 항우가 유방의 부친을 인질로 삼아 삶아 죽이겠다고 하자 유방은 태연히 그 국 한사발을 나누어 달라고 했죠. 또 心黑면에서. 유방은 한 왕조건설의 일등공신인 한신이 제나라 땅을 가진 뒤 힘이 커지자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죽였죠.
이에 반해 항우는 어떻게 했나요. 홍문의 연회에서 후세에 욕을 먹을까 두려워 유방의 목을 치지 못했고 해하의 싸움에서 패한 뒤 강동으로 돌아가 권토중래는 꾀하지 않고 강동의 부형들 보기가 부끄럽다며 죽었죠. 나중 역사에서 보면 치사하게 놀지않고 당당하게 죽은 항우를 ´진짜 사나이´로 쳐주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위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역사를 찬찬히, 꼼꼼하게 쳐다보면 영웅과 역적이 뒤바뀐 사례가 한두개가 아니더라구요.
이헌태의 결론. ´뭐가 뭔줄 모르겠다´. 제가 약간 (?) 살아보니 성공하려면 세상은 ´면후심흑´도 있어야 하고 ´의리지조´도 있어야하고. 그래서 나는 성공을 못하나. 팔자따라 복따라 사람마다 성공의 케이스가 다르겠지 뭐. 하여튼 사람을 한 면만 보고 함부로 평가하지 맙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