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고립된 민주당, 정의당도 외면…비례위성정당 '인과응보'
입력 2021.04.02 15:46
수정 2021.04.02 15:47
민주당, 정의당 '5%' 표심 확보 부심
정의당 '반기득권 연대' 통해 與와 선긋기
이면, 연비제 무력화한 민주당 향한 반감
진보정당들에 SOS 보냈다가 머쓱해진 與
정의당을 비롯한 5개 진보 소수정당이 '반기득권 공동정치선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역시 기득권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4~5% 수준으로 예상되는 정의당 고정 지지층 표를 기대했던 민주당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2일 정의당‧기본소득당‧녹색당‧진보당‧미래당은 국회 본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불평등과 차별, 기후위기 없는 도시를 위해 변화의 가능성에 투표하자"는 내용의 4.7 보궐선거 반기득권 공동정치선언에 서명했다. 후보 단일화와 같은 높은 수준의 연대는 아니지만, 적어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은 분명히 한 셈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적대적 공생 관계로 맺어진 기득권 동맹과 결별해야 한다"며 "당선 가능성이라는 거대 양당만의 이익 올가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청년은 역사 경험치가 낮다는 꼰대 후보"라며 "구적폐가 싫다고 신적폐에 투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민주당이 기대했던 움직임과 정반대다. 전날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김태년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의 포용과 도약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과 시민의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제정당들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양당 대표가) 우호적 정당으로서의 관계를 더 지속 발전시켜 나아가자는 건설적인 말이 있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재보선 국면 초기 민주당 내에서는 정의당 지지층의 표심이 박영선 후보에 쏠릴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무공천 방침에 따라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적어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로는 이동하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서울시민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층의 27.8%는 오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8.8%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 지도부가 명시적으로 '반기득권'을 명분으로 소수정당과 함께 대립각을 세우면서 민주당은 고립무원에 놓인 형국이다. 정의당 이동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 만나 "민주당이 반성이 있다면 구체적인 제안이나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정의당은 반기득권 공동정치선언을 했다. (김태년 직무대행이) 정의당을 언급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면에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설립한 데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에게 원내1당을 내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이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비례위성정당 설치를 강행한 바 있다. 연동형 비례제로 원내 다수 의석을 기대했던 정의당과 소수정당들 입장에서는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후퇴시키고 편법적 방법을 동원했던 것은 당연히 비판의 지점이 된다"며 "정치개혁과제뿐만 아니라 손실보상법이나 이해충돌방지법 등 개혁입법 과제를 두고 말로만 끝났던 것들에 대한 불신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