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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침체기③] OTT는 제작 시도 있지만…지상파 “메인 작가가 없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4.01 14:46 수정 2021.04.03 00:32

유튜브 채널 연분홍 TV 퀴어 시트콤 26일 첫 방송

"시트콤, 퀴어 소재 다루기 친숙한 장르"

'세친구', '멋진 친구들', '거침없이 하이킥' 쓰던 작가들, 모두 드라마로 이동

ⓒ연분홍 TV

유튜브 채널 연분홍 TV에서 퀴어 시트콤 '으랏파파'를 제작해 씨가 마른 시트콤 장르에 여러 가지 의미의 단비를 뿌렸다. 반가운 시트콤이란 장르와 퀴어 소재를 더한 것이다. '으랏파파'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주제를 다루는 시트콤의 색을 앞세워 동시대에 살고 있는 성 소수자들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26일 첫 공개된 '으랏파파'는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레즈비언 체육교사(백현주 분)가 예측불가의 청소년(강다현 분)과 미스터리한 택배기사(문혜인 분)를 하우스메이트로 들이게 된 후 가족인 듯 가족 아닌 세 사람의 좌충우돌 동거 인생을 그린 시트콤이다.


이반지하(김소윤) 작가와 영화 '두개의 문', '공동정범' 등을 통해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부산영평상 대상을 수상한 김일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반지하와 김일란 감독은 시트콤에 도전하는 건 처음이다. 이들이 시트콤에 도전한 이유는 친밀감 때문이다.


이지윤 기획PD는 "지금의 시트콤은 복고 장르다. 이 친숙한 형식을 통해 퀴어라는 다소 낯선 공동체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대중적인 이해의 기반을 마련해보고자 했다. 시트콤은 코디미의 하위장르로서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퀴어들이 재현된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를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더불어 짧은 런닝타임의 단회로 에피소드가 마무리가 되어 저예산 제작비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큰 이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과거 한국 시트콤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실험적이었던 '안녕, 프란체스카'의 경우, 벰파이어 가족들이 인간의 이웃으로 살면서 벌어지는 일상의 좌충우돌을 그렸다. '으랏파파' 역시 퀴어 가족들이 퀴어가 아닌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그려내기에 용이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연분홍 TV

그동안 미디어에 재현된 퀴어들의 모습은 소위 매우 특이해서 볼거리가 되거나 지나치게 우울해서 연민의 대상인 경우가 많았다. 이지윤 PD는 "퀴어의 삶에는 크고 작은 시련들이 있고 그래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퀴어가 퀴어로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이러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유튜브 '으랏파파' 등 OTT에서 시트콤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지상파에서 시트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과거 시트콤을 대본을 집필했던 오지영(가명) 작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방송환경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이 작가는 "더 이상 시트콤 장르가 매력적이지 않다. 굵직한 드라마처럼 인지도 있는 작가나 배우를 기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잘해봐야 아이돌 나오는 드라마란 인식이 최선이다. 지상파에서 시트콤이 만들어진다면 시청자들은 퀄리티나 배우들 연기력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라고 전했다.


ⓒSBS, tvN

또 과거 인기있는 시트콤을 만들었던 작가들이 대거 드라마 시장으로 이동한 것을 언급하며 이들을 대체할 인력이 아직까지 없다고 말한다. '멋진 친구들', '프로듀사'를 집필했던 박지은 작가는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사랑의 불시착'을 썼고, '논스톱' 출신 박혜련 작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스타트업'으로 사랑 받았다. '순풍 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의 대본을 쓴 송재정 작가는 드라마 '나인', '삼총사', '알함브라의 궁전' 등 히트작을 내놨다. 이미 드라마 작가로서 자리잡은 이들이 다시 시트콤으로 돌아올리 없다는 시선이다.


오 작가는 "메인 대본을 쓰던 작가들이 다 드라마판으로 가, 시트콤에서 메인을 맡아줄 작가가 없는 상황이다. 그 밑에 있던 작가들은 아직 메인의 총대를 짊어지기엔 무리가 있다. 시트콤 대본에 대한 공부나 이해,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작가들이 투입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과거의 퀄리티만큼 재미와 완성를 가져갈 수 있을지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짚었다.


시트콤 전성기 시절 막내 작가나 아이디어 작가로 일했던 이들은, 예능이나 드라마 작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시트콤이 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몇년 전부터 매년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혼자서 대본을 쓸 능력을 가진 작가들은 웹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등으로 많이 이동했다. 무엇보다 시트콤을 만들겠다는 생각만으로 버티고 있는 작가는 더 이상 없다"고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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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침체기③] OTT는 제작 시도 있지만…지상파 “메인 작가가 없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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