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미니밴 변신' 스타리아, 카니발 아성 넘을까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3.29 06:00
수정 2021.03.26 23:58

'포터 플랫폼'에서 '카니발 플랫폼'으로 바꾸고 고급 미니밴 수요 공략

연 6~7만대 미니밴 시장 외연 확장이냐, 형제간 제로섬 게임이냐 관건

기아 카니발(왼쪽)과 현대차 스타리아. ⓒ기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다인승 차량 ‘스타리아’가 전작 스타렉스의 ‘상용차’ 이미지를 벗어나 프리미엄 이동수단으로 재탄생을 선언했다. 그동안 기아 카니발이 독주하던 미니밴 시장을 양분하며 형제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리아는 전륜구동 방식의 승용 플랫폼을 장착한다. 같은 차급에 속하는 기아의 카니발과 플랫폼을 공유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스타렉스는 1t 트럭 포터와 플랫폼을 공유해 후륜구동 방식에 승차감도 좋지 못했으나 그런 핸디캡이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여기에 외형과 파워트레인은 물론, 서스펜션이나 좌석 배치, 각종 편의사양까지 프리미엄 미니밴에 걸맞은 콘셉트로 전면 변경했다.


이를 감안하면 스타리아가 스타렉스의 후속 모델이라기보다는 스타렉스가 단종되고, 그 빈 자리를 채우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타렉스.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현재 스타렉스를 ‘소형 상용차’로 분류하고 있다. 포터 플랫폼을 사용하는데다 용도 측면에서도 짐을 싣거나 최대한 많은 인원을 실어 나르는데 특화된 차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리아는 용도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맞으며 차종 분류도 RV(레저용 차량) 내의 MPV(다목적차량)에 포함될 예정이다. 상업적 용도가 아닌 개인적 용도로 타깃층이 바뀌는 것이다.


이는 스타리아가 현재 국산 승용 미니밴 시장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기아 카니발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카니발. ⓒ기아

카니발은 기아에 연간 6~7만대씩의 판매량을 보장해주는 효자 모델이자 미니밴 시장의 맹주다.


국내에는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등 수입 미니밴도 들어와 있지만 5000만원대 중후반 가격인 이들 차종은 가성비 측면에서 카니발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카니발 기본트림은 3000만원대 초반이고, 최상위 트림도 4000만원대 초반이다. 아예 시장 자체가 다르다고 봐도 무방하다.


완성차 업계 내에서는 2019년 7월 쌍용자동차 코란도 투리스모가 단종된 이후 아예 경쟁자가 전무했다. 카니발이 시장을 싹쓸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여기에 대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고 차박 붐이 일면서 미니밴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시장 분위기도 형성됐다. 대형 SUV보다 저렴하면서도 더 넓은 공간에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미니밴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기아는 이런 수요에 부응해 카니발의 디자인을 SUV 스타일로 바꾸고 내부에는 더 편안한 시트와 더 고급스런 편의사양을 장착하며 고객들을 유혹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카니발을 놓고 고민하는 고객들도 생겨났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출시된 4세대 뉴 카니발은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9월 1만대 판매를 넘겼고 10월에는 12만대를 넘기기도 했다. 당시에는 세단과 SUV까지 포함한 전 차종을 통틀어 카니발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이름을 올렸다.


스타리아. ⓒ현대자동차

하지만 스타리아 판매가 본격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주공산이던 미니밴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 하나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리아는 지난 18일 디자인 공개 당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곡선의 외관과 넓은 실내공간 및 개방감으로 화제를 모았다. 일단 디자인 측면에서는 ‘탈 상용차’로서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스타리아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 ⓒ현대자동차

실내 좌석 역시 단순히 ‘많은 인원을 싣고 다니는 승합차’가 아니라 ‘귀한 손님을 모시는 프리미엄 크루저’에 걸맞게 탈바꿈했다. 고급 모델인 스타리아 라운지 7인승의 경우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가 탑재됐고, 9인승은 2열에 180도 회전이 가능한 스위블링 시트(Swiveling Seat)가 적용됐다.


운전석도 기존 승합차보다는 SUV에 가까운 스타일로 뜯어 고쳤다. 기어봉이 없는 버튼식 변속기도 채택했다. 차로 유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발 충돌 방지 보조 등 지능형 안전 기술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스타리아 운전석. ⓒ현대자동차

가격 측면에서는 기존 2000만원대 초반(승용 왜건 기본모델 2365만원)보다는 높아졌으나 카니발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카고 모델을 제외한 스타리아 승용 모델 기본 트림(투어러) 11인승 가격은 2932만원이며, 최고급 트림인 라운지 7인승은 4135만원이다.


기본트림이 3160만원, 리무진 최상위 트림이 4354만원인 카니발과 비교하면 200만원정도 낮게 가격이 형성됐다.


지난 25일 사전계약 첫 날 스타리아의 계약대수는 1만1003대로, 웬만한 세단 및 SUV 모델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며 상용에서 승용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중심이동을 알렸다.


물론, 이는 카니발이 지난해 7월 28일 사전계약 첫날 세운 2만3006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당시 카니발은 시장에 경쟁자가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카니발의 강력한 경쟁자인 스타리아의 등장이 국내 미니밴 시장의 외연을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지, 아니면 기존 6~7만대의 시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제로섬 게임’을 촉발시킬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리아가 3인승이나 5인승 카고 모델을 스타렉스와 같이 유지하고, 실내 공간도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설계됐다는 점에서 카니발과 어느 정도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면서 “다만 주력은 7~11인승 승용 모델 중상위 트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카니발과 프리미엄 미니밴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