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가라"...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선거때마다 동네북'
입력 2021.03.27 06:00
수정 2021.03.27 14:24
4.7보궐선거 앞두고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 이슈 불거져
금융권 "시장경쟁력 떨어진다"…대선까지 '정치외풍' 우려
4.7보궐선거를 앞두고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시장경쟁력 강화는커녕 금융을 정치적 도구로만 활용하려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수협중앙회 등이 정치논리에 따라 지방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여야 부산시장 후보들의 공약에는 '부산금융중심지'를 명분으로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산의 디지털 자본시장(가상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거래소 설립을 공약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캠프에는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금융부분 특별고문으로 참여하고 있어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정무위는 금융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동시에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권도 가지고 있는 '수퍼갑' 위치에 있다. 그만큼 금융권에선 윤 위원장이 내놓는 발언과 보도자료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선 공약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 선거시즌에 금융 이슈가 부각되는 것 자체를 '정치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4.15총선 당시에도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속앓이를 한 바 있다.
당시 금융공기업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내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이삿짐을 싸야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의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올 하반기 대선시즌에 돌입하면 주요 금융공공기관의 지방행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여권 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내세웠던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계승해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작용하고 있다.
정치계산법에 따라 '이리가라 저리가라'…"금융경쟁력 떨어져"
이에 금융권에선 지방이전 문제가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본사, 주요기업 등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밀착관리가 필요한데, 정치적 계산법에 따른 지방이전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전북혁신도시를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기에는 지역의 기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역 표심에 기댄 포퓰리즘 공약의 말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문제는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단기간에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하지만 향후 유력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밀어붙이면 정책 타당성 여부를 떠나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추진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금융노조는 지난 총선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막겠다며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은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 중심지를 늘리는 것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지방 이전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책은행 관계자는 "선거철 마다 지방으로 가라는 요구에 시달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우리가 반대하는 것을 단순히 지방으로 가기 싫다는 떼쓰기로 보면 안된다. 인력 이탈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시작으로 금융기관의 전문성이나 효율성이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