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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친북논란´ 불씨 안꺼졌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입력 2008.01.13 12:04
수정

비대위 구성후에도 자주파-평등파 이견 여전

민주노동당이 12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심상정 비상대책위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종북주의 청산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자주파(NL)와 평등파(PD)내 강경 그룹들이 중앙위에서 통과된 비대위 인준안 등에 대해 반발기류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 강경 자주파는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해선 안 된다”고 선을 분명하게 긋고 있고, 강경 평등파는 “근본적인 혁신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 출범한 심상정호(號)의 순항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심 위원장이 이 같은 난관을 뚫고 당내 양 계파의 균형추를 잘 맞춰 총선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자주파인 이영순 의원은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전날 ‘심상정 비대위 출범’에 대해 “당이 수습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대위가 그간의 논란을 잘 수습해 나가야 할 것”며 “내가 제기했던 문제의식이 말끔하게 해결되진 않아 아쉽게 생각하지만, 비대위가 구성된 마당에 토를 달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심 비대위원장의 “종북주의에 대한 성역없는 평가” 발언과 관련, “진보 정당에서 ‘종북주의’라고 표현되고 문제된다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그간 진보정당의 이름을 내걸고 남북분제, 통일문제,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제기했던 당인데, 지금 종북주의를 거론하고 있다는 자체가 진보정당 답지 않다. 이는 수구보수적인 색깔의 얘기다. 그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대위에 비례대표 전략공천권이 위임된 것에 대해 “개인이 공천권을 마구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의견을 모아 일반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잘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강경 평등파의 탈당 움직임에 대해선 “그 분들의 목적이 당을 바로 세우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탈당이었던 모양”이라고 꼬집은 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평등파인 김형탁 전 대변인은 비대위 출범에 대해 “수습이긴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으로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은 남아 있다”며 “비대위가 어느 정도 혁신안을 만들고 당대회를 통해 관철시킬 것인가를 많은 당원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전 대변인
김 전 대변인은 “당초 임시 당대회가 1월 중에 하기로 돼 있었는데, 2월로 넘어갔다. 당장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것”이라면서 “(임시 당대회) 이전에라도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종북주의 논란과 관련, “심 위원장이 수락연설을 통해 종북주의에 대해 분명하게 얘기하겠다고 미리 전해들어 그것을 믿고 (중앙위에서)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심 위원장이 ‘종북주의’, ‘패권주의’ 문제를 평가하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정확히 얘기하지 않았고 얼마만큼의 의지가 있는지도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불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비대위의 비례대표 전략공천권에 대해 “(심 의원이) 공정한 평가위원회를 만든다고 하지만 계파별 안배가 될 우려가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그는 또 “중요한 것은 비례후보를 누구로 할 것인가가 아닌 정말 당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의식을 통해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2월 당대회에서 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게 아니고 공천을 통해서 당내 이미지만 개선시키는, 대충 봉합된 노력이라 한다면 총선 이후에 당의 다수인 자주파가 쇄신 노력을 뒤집을 것이기 때문에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한편, 민노당은 12일 관악구민회관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심상정 비대위원장 인준’ 안건을 놓고 표결을 벌여 재석 255명 가운데 178명, 반대 74명으로 통과시켰다. 당초 표결없이 만장일치 추대형식으로 통과시키려 했지만, 자주파의 반대로 표결 처리됐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원장
비대위는 총선 이후 차기 지도부가 정식으로 선출될 때까지 당헌․당규에서 정한 최고위 권한을 행사하며 △대선평가 △당혁신 △총선전략과 대책 등을 수립한다. 비대위는 또 이날 중앙위에서 비례대표 전략공천권을 위임받았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비례대표 공천안을 마련한 뒤 임시당대회의 승인을 받으면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갖게 된다.

심상정 비대위원장은 수락연설을 통해 “백척간두에 선 당을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 길이 당을 살리는 길이라면 부족한 힘이나마 십자가를 짊어지겠다”며 “과감한 혁신으로 강한 당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믿음직한 진보세력으로 재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당내 갈등과 분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비대위를 믿어주고 힘을 모아달라”면서 “대통합민주신당과 창조한국당은 대안이 될 수 없다. 혁신과 제2창당으로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강력한 진보야당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패권주의, 종북주의 등 많은 쟁점을 실천과 사업을 통해 성역과 편견없이 평가하겠다”며 “비례대표 문제는 당의 가능성과 가치를 보일 수 있는 무기로 만들겠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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