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모바일 철수 가닥…'세계 최초' 롤러블폰 中에 뺏기나
입력 2021.03.23 06:00
수정 2021.03.23 10:22
베트남 빈그룹 등과 협상 성과 미미…선택지 마땅치 않아
오포 등 중국 업체 롤러블 시제품 선봬…출시 임박 관측도
LG전자가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의 철수를 고려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최초 롤러블(Rollable·둘둘마는)폰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중국 업체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롤러블 스마트폰을 내부용으로 한정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사업부 존폐여부가 불확실해 출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사업 운영 방향을 검토 중인 LG전자는 베트남 빈그룹과 독일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업 완전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1월 사업 재조정을 발표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통매각 또는 부분 매각이 선택지로 떠올랐지만 협상이 진전되지 않아 철수 외에는 마땅한 답안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롤러블과 레인보우 프로젝트 등 후속작 개발도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지난달 LG전자는 롤러블 스마트폰 패널 생산을 의뢰했던 중국 BOE에 롤러블 개발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최초 롤러블 스마트폰 출시 타이틀은 중국 업체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롤러블 티저 영상을 선보이는 등 LG전자의 최초 출시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모바일 사업 자체가 존폐기로에 서며 이미 시제품을 선보인 중국 업체들에게 공이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는 지난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21’에서 롤러블폰 ‘오포 X 2021' 시제품을 함께 시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이노데이(INNO DAY) 2020'행사에서 콘셉트 제품으로 선보인 지 3개월 만이다.
시연 당시 측면 버튼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화면이 6.7인치에서 7.4인치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등 높은 완성도를 보여줘 출시 시점이 가까워 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역량이 높아졌다는 점도 중국의 세계최초 롤러블 스마트폰 출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의 제재 이후 중국 기업 간 협업이 더욱 끈끈해진데다 중국산 OLED 패널 기술력 역시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OLED 패널의 경우 접히고 말리는 다양한 폼팩터 스마트폰 제조에 핵심 기술로 꼽힌다.
실제 BOE는 LG전자의 롤러블폰 패널 채택 등 OLED 영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BOE는 지난 2017년 0.1%에 그쳤던 올레드 시장 점유율을 2019년 5.9%까지 끌어올렸고 지난해에는 8.8%로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롤러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던 LG전자의 MC사업부가 존폐 기로에 서면서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삼성전자도 당분간은 폴더블(Foldabe·접는) 폰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세계 최초 타이틀은 중국에 내주게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1315억원) 규모의 수준이었던 ‘폴더블·롤러블폰’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80%씩 고 성장을 구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