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은 정치인? 공무원?"…박범계 수사지휘에 檢내부 '부글부글'
입력 2021.03.18 17:02
수정 2021.03.18 17:22
양석조 검사 "이런 일이 모든 검사에게 있을수 있다는 현실 안타까워"
천재인 검사 "의사결정 과정 공개해야…검찰 구성원의 알권리 있어"
김종민 전 순천지청장 "고검장들, 검은 것은 검다 당당하게 말하라"
대검, 내일(19일) '한명숙 사건' 재심의, 부장회의 소집…고검장들도 참석할 듯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을 지시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수사했던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는 18일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당시 재소자 조사를 담당했던 후배 검사에게 미안하다는 심정을 전하며 "이런 일이 모든 검사에게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적었다. 양 검사가 언급한 후배 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양 검사는 "말석인 후배 검사를 위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마땅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말석 검사가 재소자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도 내부망에 '장관님은 정치인? 국가공무원? 정치적 중립은 저 너머 어디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 장관을 비판했다.
신 검사는 최근 박 장관이 "저는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상급자로서 장관님의 본 모습을 정치인으로 봐야 할지, 국가 공무원으로 봐야 할지 큰 고민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최종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정치인 입장에서 지휘한 것인지, 국가공무원의 입장에서 지휘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검 부장회의 내용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천재인 수원지검 검사는 내부망에 "대검 의사결정 과정의 공개를 요청 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대법원 확정판결 사안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검찰이 공소유지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검찰 구성원으로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률가로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난 것인지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검 부장(검사장) 회의는 검찰 내부통신망으로 생중계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투명하게 처리하고 결론 내면 좋겠다"며 "기소를 주장하는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의 논리와 근거가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밝히고 판단 받는 것이 공정하고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한명숙 뇌물사건 위증교사 사건을 논의하는 자리는 대검 검사장들에게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 국민 앞에서 본인의 입으로 검은 것은 검고 흰 것은 희다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19일 오전 10시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무혐의 처분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재심의한다고 18일 밝혔다.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 소집을 지시하면서 '모든 부장의 참여'를 명시한 만큼 이번 회의에는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과 검사장급 부장 7명 모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고검장 회의 참여 제안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동의한 만큼 법무부 차관을 제외한 일선 고검장 6명과 법무연수원장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