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부검의 "아동학대 시신 중 가장 심한 손상…부검할 필요도 없었다"

양모 측,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거듭 부인…"복부 밟은적 없다"

지난 1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조화가 길게 서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정인이를 부검했던 부검의가 "지금껏 본 아동학대 피해 시신 중 가장 심한 손상을 입었다"고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7일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입양부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8차 공판을 진행한 가운데, 증인으로는 정인이를 부검했던 국과수 부검의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정인이의 시신 상태가 어땠었냐는 검찰 질문에 "지금까지 제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손상을 보였다. 함께 한 다른 의사 3명도 다 같은 의견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까지 경험했던 시신들보다 손상이 심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학대인지 아닌지 부검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며 학대로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A씨는 또 "갈비뼈 골절은 사고로 안 생기므로 갈비뼈 골절이 있으면 학대에 의한 손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직접 때려서 생길수도 있고 아이의 몸통을 세게 잡고 흔들어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정인이의 양모 장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으나 이후 완료된 심리 분석, 부검 재감정, 법의학자 의견 등을 토대로 1차 공판에서 살인죄를 추가했다.

하지만 양모 측은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와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등의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대해서는 거듭 부인하고 있다.

양모 측은 "적어도 피해자 복부를 밟은 적은 없다.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던 적도 없다"면서 "피해자 배를 한 대 세게 때린 적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로 강한 외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