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제력 강화 위해 '유혈숙청' 벌일까
입력 2021.02.28 10:00
수정 2021.02.28 10:52
부처 신설하며 '법적 통제 강화' 천명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의 투쟁'도 강조
북한이 연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중장기 목표를 세운 이후 후속조치 성격의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대북제재·국경봉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성과 달성을 위해 간부들을 다그치는 양상이지만, 주민들에 대한 '사상 통제' 역시 강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대규모 '정풍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8차 당대회가 개최된 대회장 양옆에 일심단결·이민위천이라는 표어가 붙어있었다며 "(2016년) 7차 당대회 때는 일심단결·백전백승이었다. 이민위천은 인민을 하늘처럼 떠받친다는 건데, 그만큼 흔들리는 민심을 제어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8차 당대회를 통해 규율조사부와 법무부를 신설해 '법적 통제 강화'를 천명한 바 있다. 이달 초 개최된 당 전원회의에서는 경제 목표 관철과 함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조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일련의 흐름을 고려하면 "대규모 유혈 숙청이나 인민에 대한 통제 강화를 예고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역시 북한 내부 동요에 따른 김정은 정권의 '강경 대응'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자문연구위원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군부 불만과 북한 주민들의 실망감이 고조됐을 것이라며 "이후 김 위원장이 초점을 맞춘 게 군부 불만 수습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지난 2019년 5월부터 작년 3월까지 새로운 재래식 전력 및 전술무기들을 27차례나 시험 발사했다"며 "포병을 상당히 개혁하며 나름대로 군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군부 불만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과 수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불거져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고,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관광지구(원산갈마지구) 개발·평양종합병원 건설까지 무위로 돌아가 주민들에게 내세울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조 자문연구위원은 지난해 경제성과가 전무했던 김 위원장으로선 "눈물로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을 언급했다.
조 자문연구위원은 공개석상에서 경제 실패를 인정하며 눈물까지 흘린 김 위원장이 8차 당대회를 통해 이민위천을 강조했다며 "'당장 인민대중 요구를 수용할 능력은 없지만, 전심을 다 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의지만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순 없다"며 "주민들 사이에 퍼져있는 자유적 요소들에 대해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를 빙자해 굉장히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인민대중을 하늘처럼 모신다(이민위천)'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내부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북한주민들의 불만을 '힘'으로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시청‧보관했다는 이유로 군 간부를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한국 드라마 등 영상물을 유입·유포하면 최대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