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말고 입양하세요①] 반려견 사랑 앞장서는 스타‧미디어들
입력 2021.03.01 07:00
수정 2021.02.28 16:19
길건 "반려견 만나고 삶이 바꼈다"
유기 입양→관심으로 이어져
가수 길건은 두 마리 반려견과 생활하고 있다. 2009년부터 키워온 브루스와, 2년 후 네 번의 파양으로 상처를 입은 루루를 만나면서 지금의 가족이 됐다. 길건이 루루를 맞이한 가장 큰 이유는 "만약에 안 맞으면 다시 나에게 데리고 와"라는 지인의 말 때문이었다. 말 못하는 강아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우선으로 두는 생각이 파양을 부추긴다고 생각했다. 루루가 2년 동안 곁을 잘 주지 않았지만 관심과 사랑으로 돌봤고, 현재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 것이다.
자연스레 강아지에 관심을 갖게 된 길건은 약 10년 동안 유기견을 위한 봉사와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물건을 파는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태다. 돈을 받지 않는 곳에는 사료와 배변패드, 간식 등을 사서 보내기도 한다.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직업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코와 입이 잘린 채 버려진 강아지의 사연이 국민청원에 올랐을 때 자신의 SNS에 올려 청원 참여를 독려했고, 금방 세상에 알려지게 지기도 했다.
길건은 "브루스와 루루, 봉사를 하며 만난 강아지를 통해 제 삶이 바꼈다. 강아지는 어릴 떄부터 키웠지만 가족처럼 지내야한다고 생각하진 못했다. 내가 일까지 미루며 강아지들과 함께 있게 될 지 몰랐다. 브루스와 루루 때문에 해외활동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며 "브루스와 루루는 내 복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기견을 위해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움직임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된다. 김원효, 심진화 부부는, 유기견이 된 강아지를 입양해 '태풍이'란 이름을 붙여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윤지성은 반려견 입양을 위해 1년 넘게 고민하고 공부해 컨테이너 생활하다 구조됐던 베로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김무열, 윤승아 부부도 유기견을 위한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윤승아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애니멀 호더에게 150마리 정도 강아지가 구조됐다. 성견 4마리, 아이 4마리를 구조했는데, 한 마리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이제 이 아이들을 임시보호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시보호를 하고 많이 보냈는데 (유기견에 대한) 문제가 나아지지 않아 지칠 때도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윤희는 14마리의 유기견, 장애견을 키운 '프로 집사'로 유명하다. 꾸준한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과 기부 및 모금활동을 펼쳤다. 2016년엔 드라마 촬영장에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한 유기견을 직접 구조하고 거액의 수술비를 자비로 부담해 치료해준 사연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외에도 조승우, 블랙핑크의 로제, 이기우, 문별 등 많은 연예인이 유기견을 입양하며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을 독려했다.
유빈은 네이버 해피빈과 유기동물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빈은 "콩빈이라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이자, 르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CEO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고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며 "애완동물이 아닌 같은 가족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좋은 뜻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연예인들 못지 않게 방송사들도 반려견을 대하는 달라진 인식을 반영하며, 유기견에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다. SBS '동물농장'이 대표적이다. 2001년부터 시작한 '동물농장'은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동물 전문 장수 프로그램이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2015년 시즌1을 시작으로 반려견들의 문제행동과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KBS2 '개는 훌륭하다' 역시 사랑받는 동물 프로그램이다. 최근 종영한 '펫비타민'은 반려 동물들의 건강 솔루션 프로그램이었다. 3월 8일에는 연예인과 반려견이 어질리티 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이 담긴 MBC 에브리원 '두근두근 레이스 달려라 댕댕이'가 방송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삼을 때 생길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고민들을 조명하며 성숙한 반려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귀여운 표정이나 행동을 소비하게 만들어, 힐링의 도구로 삼는 유튜버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동물의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대상화 하는 행동으로 잘못된 반려문화로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용인시 동물보호협회 기미연 대표는 "귀여움만을 강조하는 미디어는 파양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귀여워서 무턱대고 입양했다가 키워보니 따라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쳐 파양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