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 내 동결자산 이전·사용 합의"…외교부는 '부인'
입력 2021.02.23 10:17
수정 2021.02.23 10:17
이란 중앙은행 "韓 은행들에 피해보상 받기 위해 법적절차 지속"
이란 정부가 한국 내 이란 동결자산의 이전 및 사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한국 외교부는 부인했다. 동결자산 이슈와 미국 제재가 맞물려 있는 만큼, 미국 등 유관국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22일(현지시각)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와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가 전날 테헤란 한국대사관에서 만나 한국 내 동결자산 사용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IRNA통신에 따르면, 유 대사는 "이란이 한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 대사는 동결자산 활용에 있어 "한도나 제약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이란 정부 홈페이지 역시 양국이 한국 내 이란 동결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론 이란 중앙은행이 한국 측에 이전 희망 금액과 대상 은행들을 통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의 태도 변화와 협력 강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 은행들이 최근 몇 년간 이란과의 협력을 거부한 데 따른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국 외교부 역시 이란 측과 결이 다른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란은 지난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해당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핵합의(JCPOA)에서 일방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란 중앙은행도 제재대상에 올라 원화 계좌를 활용한 거래도 중단됐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산은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란은 그간 동결자산 문제 해결을 한국 측에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4일 환경오염을 내세워 한국 국적의 '한국케미호'를 나포하기까지 했다.
이란은 억류 한 달여 만인 지난 2일 한국인 선장 1명을 제외한 선원 19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박 관리를 위해 최소 13명의 인력이 필요해 귀국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현재까지 귀국한 인원은 건강상 문제가 있는 한국인 국적 선원 1명에 불과하다.
앞서 이란은 자국 사법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선장 1명과 선박은 계속 억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