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의 핀셋] 실리 챙긴 대웅-메디톡스, 윈윈할 방법 찾아야
입력 2021.02.23 07:00
수정 2021.02.22 21:00
대웅제약, 미국 사업리스크 해소하고 수출길 열려
메디톡스는 거액의 합의금과 에볼루스 지분 확보
소모전 끝내고 원만한 합의 '기대'
ⓒ각사
명분과 실리가 완전히 일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기술과 관련해선 명분과 실익이 일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랜 기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피나는 연구 개발로 이뤄낸 기술적 성과를 둘러싼 다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침해를 인정하고 앞으로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과 수입을 전면 금지하라고 판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번 판결은 바로 효력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ITC 판결을 미국 대통령이 뒤집은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심의 기간인 60일 안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그 안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원만하게 합의할 지 주목하고 있다. 양사 간의 분쟁이 실리 없는 자존심 싸움, 명분 다툼으로 흐르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최근 비슷한 사례로 꼽히는 게 바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다. 두 회사가 벌인 보톡스 균주 전쟁이 미국에서 일단락되면서 양사가 모두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9일(미국 현지시간) 메디톡스와 메디톡스의 파트너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에볼루스 간 '3자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ITC 최종판결에서 메디톡스가 승리하면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3자 합의에 따라 에볼루스는 나보타를 미국에서 판매 및 유통할 권리를 부여받는다. 대신 에볼루스는 합의금과 나보타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지급하기로 했다.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합의금 3500만 달러(약 380억원)를 2년에 걸쳐 주고, 메디톡스는 신규발행된 에볼루스 보통주 676만2652주를 보유하게 됐다.
대웅제약은 동의하지 않은 에볼루스-메디톡스-엘러간이 결정한 3자 합의라는 입장이지만, 불필요한 소송 비용을 아끼고 나보타 미국 수출에 걸림돌이었던 ITC 결정을 없던 일로 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판매 재개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리스크를 해소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양사는 국내 소송전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보툴리눔 균주와 영업비밀인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2016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낸 이후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지금까지 불가피하게 보톡스 전쟁을 벌여왔지만, 이제는 실리와 절충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두 회사가 원만하게 합의를 하기에는 이미 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긴 소송을 끝내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 소송전이 양사 모두에 상처뿐인 소모전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상황에서 장기 소송에 더 이상 힘을 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