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모인 故 백기완 영결식…"친(親)민주당+공적 모임이면 최고의 백신"
입력 2021.02.19 16:40
수정 2021.02.19 17:16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 수백명에 이르는 추모객이 모였으나 방역 당국의 소극적 대처로 '선택적 K방역' 논란이 일고 있다.
백 소장의 발인은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장례위원회(장례위)는 발인을 마치고 대학로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했고, 서울광장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장례위 측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구역을 나눈 뒤 2m 간격으로 99개의 의자를 설치했다. 장례위 측은 이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2m의 거리를 둔다고 생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관혼상제는 집회가 아닌 만큼 신고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현재 수도권 집회 및 장례식 인원은 99명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이 인원이 넘어가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이다.
경찰은 방역법 위반 논란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 대해서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게 돼 있어 운구행렬은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서울광장에 임의로 분향소가 설치되고 영결식이 진행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작년 7월 10일) 고 박원순 시장 분향소 설치 당시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전국 35명·서울 8명이었던 것과 달리, 오늘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전국 561명, 서울 180명에 이르고 소상공인 생업도 제한되는 등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례위 측에서 영결식 후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시는 분향소 철거 등 강제조치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다만, 서울시는 장례위에 무단설치에 따른 변상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 부과는 서울시 조례에 근거해 평상시 불법 노점상처럼 서울시 땅에 무단으로 뭔가를 설치하면 내는 변상금이지, 코로나를 막기 위한 강제적인 방역 조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예방의 책임이 있는 방역 당국이 4차 대유행을 앞두고도 왜 이런 조치밖에 하지 못할까"라며 "서울시가 스스로 방역원칙을 깨고 박원순 분향소를 서울광장에 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설날에 일반 국민은 5인 이상 모이지 말라더니" "아~ 운동권은 코로나 안 걸린다고요" "5명씩 다니다 우연히 만난 거겠지" "우덜은 면연력이 있어 괜찮당게" "선택적 방역, K방역의 실체" "'친(親)민주당'+'공적 모임'이면 최고의 백신"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편, 백 소장은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 생활 끝에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백 소장은 1932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1946년 부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남북 분단으로 가족들이 헤어지는 비극을 겪었던 그는 통일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195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면서 우리나라 사회운동 전반에 참여해왔다.
1974년에는 유신 반대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다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투옥됐고, 1986년에는 '부천 권인숙 양 성고문 폭로 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이후 통일문제연구소를 설립하고 통일운동에 헌신했고, 2000년대 들어 한미 FTA 반대 운동, 용산 참사 투쟁,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 등 사회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인 그는 '항일민족론',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 등 저작도 남겼다. 백 소장의 장지는 경기 마석 모란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