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역사왜곡 따윈”…흥행 ‘철인왕후’가 남긴 역사드라마 과제
입력 2021.02.16 08:21
수정 2021.02.16 08:23
마지막회 시청률 17.4% 돌파, 역대 tvN 드라마 5위 기록
실존 인물 희화화·국격 훼손 지적...방심위 '권고' 제재
각종 잡음에도 ‘철인왕후’는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4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경신하면서 역대 tvN 드라마 5위 기록을 썼다. 초반 논란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철인왕후’는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로 흥행을 기록한 드라마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드라마의 성공은 주인공인 신혜선(김소용 분)의 공이 컸다. 원톱 주연도, 퓨전 혹은 정통 코믹 연기도 사실상 처음이었지만 신혜선은 자신이 맡은 롤을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앞서 그는 2012년 ‘학교 2013’으로 데뷔해 ‘오 나의 귀신님’ ‘그녀는 예뻤다’ ‘아이가 다섯’ ‘고교처세왕’ ‘푸른 바다의 전설’ ‘비밀의 숲’ ‘황금빛 내 인생’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단 하나의 사랑’ ‘사의 찬미’, 영화 ‘결백’ 등 꾸준히 필모그라피를 쌓아오면서도 단 한 번의 연기력 논란도 없었다. 탄탄히 쌓아 온 연기력이 ‘철인왕후’에서 빛을 발한 셈이다. 자칫 원맨쇼로 전락하기 쉬운 이야기였지만, 신혜선의 탄탄한 연기 덕분에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극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호평을 받긴 어려운 작품이다. ‘철인왕후’는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방영 전 중국 원작소설 작가의 혐한 이력부터 역사 왜곡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코믹 판타지 사극의 한계를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논란이 커지면서 방영을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드라마는 ‘픽션’이라는 명목으로 실존 인물과 국격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선 철종시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술 게임 노래’에 종묘제례악을 삽입하고,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한 낱 지라시’라고 칭하는 대사, 조대비(조연희 분)가 철종(김정현 분)과 김소용의 잠자리를 노골적인 손짓으로 표현하는 등의 장면은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논란이 반복되자 제작진은 사과문과 함께 VOD에서 문제가 된 내레이션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조선왕조실록, 종묘제례악 등에 대해 일부 희화화하는 장면을 방송한 것에 대해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철인왕후’는 첫 방송과 마지막 방송 시청률을 비교하면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7화를 기점으로 시청률이 정체되기 시작했지만, 이내 시청률 상승세를 회복하면서 역사왜곡 논란과는 별개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역사 왜곡 논란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과거 역사 고증이 잘못되면 비판은 물론, 작품의 흥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철인왕후’를 비롯해 앞서 방영됐던 ‘미스터 선샤인’ ‘덕혜옹주’ ‘기황후’ 등 다수의 드라마들을 통해 논란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취급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이 드라마들도 모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지만 ‘기황후’(이하 최고시청률)는 29.2%, tvN ‘미스터 선샤인’은 18.1%의 시청률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 ‘덕혜옹주’ 역시 약 560만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의 창작은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작품이 드라마, 혹은 영화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내용 중 역사적 가치를 폄하하거나 실존 인물을 희화화 하는 행위는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 역사를 왜곡하면서도 단순히 논란에만 그치고 추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바로잡히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취급되지 말아야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