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넷플릭스에 담기엔 아쉬운 국내 첫 우주영화 '승리호'
입력 2021.02.07 06:00
수정 2021.02.06 21:03
부성애·인류애, 상업영화 클리셰 그대로
송중기 첫 부성애 연기도전…오합지졸의 성장서사
국내 최초 SF 우주 블록버스터에 도전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가 드디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여름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 개봉을 미루다 넷플릭스행을 결정했고 지난 5일 전세계 193여개국 시청자와 만났다.
'승리호'는 2092년의 먼 미래를 배경으로 했다. 미래의 지구는 생명이 피어나기 힘든 황폐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가난한 사람들은 지구에 남아있고 우주개발기업 UTS 시민권을 가진 이들 만이 우주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우주에서도 계급이 나눠지는데 김태호(송중기 분), 장선장(김태리 분), 타이거박(진선규 분),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는 청소선 '승리호'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며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돈이 된다고 뛰어들었지만 우주 쓰레기를 수거해 팔아도 빚만 늘어난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게 되면서 인생을 바꿀 기회를 손에 넣는다. 도로시는 온 우주가 재앙을 막기위해 찾고 있는 로봇으로, '승리호' 단원들은 도로시를 돈과 바꾸기 위해 은밀하고도 위험한 작전을 시작한다.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 세계관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250억원이라는 제작비와 1000여명의 VFX(특수시각효과) 전문가가 영화에 참여한만큼 미지의 우주를 광활하고 신비롭게 구현해냈다. 이외에도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황폐한 지구와 낙원으로 그려지는 우주, 우주 정거장, 로봇들, 우주를 컨트롤 하는 UTS까지 이질감없이 그려냈다. 특히 지구와 우주의 공간을 대조적으로 그려내 수직구조로 이뤄져 문제가 되는 계급사회를 지적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미래지향적인 우주를 거침없이 누비는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는 거칠고 투박하게 표현돼 신선하면서도 단원들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또 악과 맞서며 우주와 지구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승리호의 우주선 전투 장면은 빠른 속도감으로 그 동안 우리가 할리우드 SF 영화에서 봐왔던 그림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이같은 '승리호'의 강점은 화면의 크기만큼 반감된다. 할리우드 SF 영화에 버금가는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면 성공이지만,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생동감 넘치게 보여주겠다는 목표는 그저 감상으로 그친다. '승리호'의 속도감과 화려한 비주얼은 극장 스크린이 아닌 모니터로 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인식만 심어줬다. 현재 코로나19로 극장 개봉을 할 시,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할 것을 고려한 선택이었겠지만, 공 들여 구현해놓고 잘 펼쳐내지 못한 건 '승리호'의 확실한 약점이다.
세계관은 우주로 진출했지만 서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김태호는 과거 UTS 기동대 출신으로 엘리트로 살아왔지만 잃어버린 딸 순이를 찾기 위해 우주 청소부 일을 하게 된 인물이다. 장선장은 UTS에 반감을 가지고 해적이 돼 지금의 '승리호'를 몰고 있다. 타이거 박도 심상치 않은 과거를 가지고 현재 청소부로 살아가고 있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 같은 이들이지만, 지구를 지키기 위한 오합지졸의 성장 서사를 가져간다. 조성희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인류애와 가족애가 따뜻함을 자아내지만 극 후반 김태호의 부성애 표현은 상업 영화의 신파 코드를 답습해 아쉽다.
다행히 첫 부성애 연기에 도전한 송중기, 거침없는 여장부를 표현한 김태리, 인상과는 달리 속은 여린 타이거 박의 진선규, 선원들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기지를 발휘하는 로봇 업동이의 모션연기에 도전한 유해진의 케미스트리와 연기가 극의 구멍을 채운다.136분. 12세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