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내달 1일 대한상의 회장 단독 추대 전망
입력 2021.01.28 08:53
수정 2021.01.28 08:53
4대그룹 총수 중 최초...대한상의 영향력 커질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달 박용만 회장으로부터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이어받는다. 대한상의 회장이 현직 4대그룹 총수 가운데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은 내달 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박용만 회장의 후임 회장을 선임한다.
회장단 회의는 대면으로 진행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든 만큼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의사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서울상의 회장으로 추대되는 인물은 내달 23일 열리는 임시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최종 선출된다.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는 관례에 따라 3월 중 대한상의 의원총회를 거쳐 대한상의 회장 자리에도 오른다.
대한상의는 “1일 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누가 추대될지 결정된다”면서 “미리 차기 회장을 언급할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상의 회장단 내부적으로는 최태원 회장을 단독 추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총 24명으로, 박용만 회장 외 대성산업 김영대 회장, 현대해상화재보험 정몽윤 회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 현대자동차 공영운 사장, (주)LG 권영수 부회장, SK(주) 장동현 사장 등 23명의 부회장이 있다. 서울상의 회장은 이들 24명의 회장단 가운데 선출된다.
하지만 회장단은 후보군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의 적임자로 낙점하고, 단독추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 회장이 현재 회장단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내달 SK(주)측 장동현 사장이 부회장에서 빠지고 그 자리에 최태원 회장이 들어가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추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있어왔다. 최 회장 역시 여러 차례 사회가 기업인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수락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30일 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인으로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확정될 경우 역대 대한상의 회장 중 최초로 4대그룹 총수가 국내 최대의 경제단체를 이끌게 된다.
특히 최 회장은 젊은 오너들로 교체된 4대그룹 총수들 중 맏형 역할을 하고 있어 대한상의가 재계에서 갖는 위상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경영이념을 앞세워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해왔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대한상의를 매개로 한 대중소기업 상생 분위기 확산도 기대된다.
반면, 현직 대기업 오너가 직접 대한상의를 이끌게 되는 만큼 각종 규제법안 등과 관련해 진보 성향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강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 박용만 회장의 경우 그동안 기업 규제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수시로 오가며 목소리를 내왔고 정부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을 이끌던 지난 2013년 8월부터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총수 자리를 박정원 회장에게 물려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