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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연예뉴스 AI 편집 맡겼는데...‘단독’ ‘종합’ 꼼수 기승”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1.01.25 14:44
수정 2021.01.25 15:27

이재원 이화여대 연구위원 관련 논문 내용 공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전경 ⓒ 네이버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 도입한 인공지능(AI)알고리즘이 ‘가짜 단독 기사’에 많이 노출되며, AI편집 방향이 저널리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을 지난달 한국방송학회의 ‘방송통신연구’에 기고했다.


이 연구위원은 네이버가 2019년 4월부터 본격 도입한 AI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로 나타난 연예 저널리즘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지난해 2~8월 연예 뉴스 생산자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기자나 PD, 언론사 임원 등이 포함됐으며 포털 측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뉴스 생산자들은 뉴스 AI 알고리즘 ‘에어스’의 작동 원리를 유추해, 여러 전략으로 알고리즘 속이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에어스는 이용자들이 주로 클릭한 비슷한 기사를 묶어서 자동 추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이를 이용해 심층 취재한 기사보다 클릭을 유도하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기사를 대폭 작성했다는 지적이다. AI 편집 이후로 ‘단독’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연예지의 경우 조금만 새로운 내용이 있어도 제목에 단독을 남발하거나,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에만 단독을 붙이는 가짜 단독도 내놓고 있었다. 단독이 아닐 경우 '공식', '전문' 등 어떻게든 꺾쇠를 붙이는 꼼수도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포털에 채택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문은 "연예 매체의 뉴스 생산자들이 포털 사이트와 상호 의존적인 환경에서 기사를 생산하는 흐름이 더 거세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알고리즘을 속이기 위해 의미 없이 중복된 내용으로 기사를 반복, 재생산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편집하면서 이미 공개된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 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양질의 기사라고 보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클릭하기에 알고리즘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사한 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묶는 편집 방식도 진짜 단독 기사의 메인 노출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견해가 뚜렷하거나 차별화된 기사는 유사도가 높지 않아 AI알고리즘이 이를 걸러내 오히려 포털 메인에 등장하는데 방해를 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포털 사이트가 저널리즘 행위자로서 알고리즘의 세부적인 방향성을 뉴스 제작자들과 공유하고, 사회적으로도 공개·합의해야 한다"며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저널리즘 가치가 구현되는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예 매체도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알고리즘 속이기’보다 뉴스 가치를 더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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