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기울어…금융위 눈치보다 주도권 뺏겨
입력 2021.01.25 06:00
수정 2021.01.22 14:50
'700만 동학개미' 표냄새 맡은 민주당 '3~6개월 연장론' 압박
시장 납득할 제도보완 마련 못하고 정치권에 정책결정권 내줘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쪽으로 기울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는 분위기에 정치권이 편승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정책 결정권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3월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기존 입장을 접고 여당과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초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 15일로 종료할 예정"이라던 금융위의 입장이 여권의 압박에 '원점 검토'로 전환된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입장 바꾸기를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으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결국 여당의 요구에 따르겠다는 의미 아니냐"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 재연장을 바라는 여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을(乙)의 입장인 금융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위원회를 가동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3~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조만간 금융위로부터 공매도 제도 개선 계획안을 제출 받은 뒤 최종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공매도 이슈는 여당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정도로 정치적 사안이 됐다. 민주당은 "시중 유동성과 개인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공매도의 폐해를 정리해가면서 우선 (한시적 금지를) 연장하고 제도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시장논리로 풀어야할 경제정책마저 '700만 동학개미' 표를 어떻게 얻느냐는 포퓰리즘 관점에서 접근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금융위를 비롯한 정책기관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승리를 위해 정책지원에 나서야하는 '유세 지원단' 역할을 강요받고 있다. 이제 금융위는 여론에 민감한 각종 금융정책을 시장 데이터가 아닌 보궐선거 여당 지지율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미 민주당은 금융위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힌데 이어 "가급적 금년 연말까지 연장되길 희망한다"고 훈수까지 뒀다.
금융정책의 중심점을 잡아야할 금융위는 안일한 대응으로 정치권의 개입을 자초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공매도 재개 시기가 4월 보궐선거와 맞물리면서 표냄새를 맡은 정치인들이 몰려드는 장면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제도보완 등을 통한 방어진을 철저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 시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 이를 흡수할 제도 보완 등 완충장치를 마련하는데 부족하지 않았나"라며 "결과적으로 여당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하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