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10년 6개월’ 중형이 던지는 깊은 울림
입력 2021.01.22 00:10
수정 2021.01.22 08:02
제자 심석희 구타에 이어 성폭행 혐의까지 더해져
깨끗한 대한민국 체육계로 가기 위한 물꼬 트여
제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가 징역 10년 6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조휴옥 부장판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조재범에 대해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그러면서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선고문을 동패 "피고인은 피해자를 지도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위력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라며 "그런데도 혐의를 부인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기 위한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재범 전 코치의 제자에 대한 성폭행 및 폭행은 한국 스포츠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앞서 심석희는 2018 평창 올림픽 개막 직전,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선수촌을 이탈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조 전 코치는 곧바로 직무 정지 조치가 이뤄졌으나 심석희 외에 또 다른 선수 3명도 폭행 피해를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파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심석희는 2019년 1월, 고등학교 시절부터 평창 올림픽 직전까지 태릉 및 진천 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성폭행 또는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
결국 조 전 코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10년 6개월이라는 중형을 받게 됐다. 이와는 별개로 심석희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백은 곧바로 2019년 체육계 미투로 번지며 사회적인 이슈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빙상계뿐만 아니라 유도계, 축구계 등에서도 잇따라 폭로가 나왔다.
'스포츠 미투'는 체육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으로 이어졌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발촉, 7차에 걸친 체육계 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정부 역시 지난해 스포츠인들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스포츠 윤리센터를 출범시켰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 또한 있다. 수십 년간 엘리트 체육 지상주의에 빠져있던 한국 스포츠계는 폭력의 대물림, 그들만의 카르텔 등 계속해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심석희는 지난 2019년 조 전 코치의 재판 때 증인으로 나서 “앞으로 스포츠계 어디에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 엄벌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리고 재판부는 조 전 코치에게 징역 10년 6개월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내리며 다시는 체육계에 이와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보다 깨끗한 대한민국 체육계로 가기 위한 물꼬가 열리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