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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대재해법, 인명을 생각한다면 사후처벌 대신 사전예방으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1.22 09:33
수정 2021.01.22 09:33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계속되는 반시장적 규제로 기업들이 시름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경영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기업규제3법으로 기업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2021년 연초부터 기업인을 범죄인 취급하는 악법을 통과시켰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다. 경영인을 ‘예비 범법자’로 낙인찍은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고, 특히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즉 산업재해 발생 시 대표이사 혹은 안전 담당 이사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이 법은 경제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 논리를 앞세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기업경영인에 대한 맹목적인 처벌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경영진을 엄벌하는 것은 사고의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유감스럽고,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경영계의 요청이 묵살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중소기업계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선량한 관리자로 의무를 다한 경우에도 면책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 법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 기업들이 공포감과 두려움 속에서 정치적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면서 경영하라는 정치적 압박이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 경제단체들이 보완 입법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강력한 처벌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다. 중대재해법은 제4조에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처벌에 대한 규범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안전 확보에 대한 책임소재의 문제도 존재한다. 대표의 개별현장 관리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한데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여 경영에 있어 공포와 불안감만을 키울 우려가 크다.


이 법은 김용균 등 공기업에서의 사고를 이유로 노동계가 요구한 것이었지만, 정치인들은 정작 법의 적용대상에서 공기업을 제외했다. 민간기업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법의 취지와 형평성에서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법은 민간기업을 없애 나가면서 공기업만이 살아남도록 경제구조를 철저한 관치경제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국을 연상시킨다.


만약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한다면, 법안은 사고 예방을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엄벌주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독일, 영국, 미국, 일본은 각각 ‘1년 이하 징역’, ‘2년 이하 금고’, ‘6개월 이하 징역’ 등의 수준에서 산업안전법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를 지나치게 높였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고려한다면서 맹목적 엄벌주의만을 내세우는 것은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뿐이다.


노사 간 소통창구는 사고 없는 근로환경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안전한 근로환경은 노사 간 원활한 역할 분담과 기여를 통해 현장 주체들이 만들어나가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대환 전 장관은 기업과 노조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잣대로 인해 ‘노조의 정치화’ 및 노사 간 갈등 심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근로자의 안전 문제를 사측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2019년과 2020년 현대중공업, 이케아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과격한 쟁의 활동으로 법정 안전교육이 차질을 빚어 논란이 된 바 있다. 교섭과 소통 대신 반목과 불화로 점철된 현 노사관계를 고려할 때 경영진만을 처벌하는 규제는 노동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안전 인프라의 확충은 사전 예방에 집중되어야 한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시설개선 등 안전관리에 투자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법령에서 정한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사고 발생에 대한 면책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의 내부적 예방을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역시 이에 호응하는 여러 인센티브를 통해 사회적 책임준수를 유인해왔다. 이처럼 ‘사후 처벌 대신 사전 예방’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전사고의 예방과 소중한 인명의 보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대응 방식이다. 1974년 영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건안전법을 제정하였다. 산업현장에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의 관리법을 정부가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요소가 있는 현장에서 직접 적절한 관리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방향으로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 사회도 노동단체의 이익에 치우친 처벌 규정을 남발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실효적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경제계와 노동계의 반목 대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근로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글/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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