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픽] 조물주가 만든 자연 그대로의 미학, 김복동 작가
입력 2021.01.15 16:17
수정 2021.01.16 00:18
드넓은 바다와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 때로는 눈 덮인 산과 메마른 사막,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은 예술가들의 영감이 되어 수많은 명작으로 남아 있다. 때로는 감각적으로, 때로는 경외심으로, 자연에는 예술가들의 마음을 훔치는 무엇이 있다.
프랑스 출신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를 빼놓고 사실적 풍경화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밀레는 감상적 그림에서 벗어나 농촌의 현실과 소박한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고요함이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소리보다는 양 떼의 발소리, 평화로운 바람이 풀잎을 스치는 소리처럼 소박하고 따뜻함이 담겨 있는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허구적이고 화려한 세상이 아닌 솔직한 자연의 소박함과 평범함이 왜곡 없이 아름답게 담겨 있는 작가 김복동의 작품은 밀레와 닮았다. 김 작가의 작품은 우리나라 자연을 몸소 누비며 체험한 그 느낌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가 화폭으로 옮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의 공기와 습도까지 전해져 살결을 파고드는 듯하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치밀한 붓질에서 오는 생생한 공간의 재현, 그 자체다.
모사의 수법이나 테크닉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도리어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여주고 있다. 힘 있는 데생, 대상에 대한 통찰력과 정확한 관찰로 포착된 피사체들은 캠퍼스를 가득 채우며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 그 이상의 리얼리즘을 표상한다.
이러한 경향은 작품 ‘해. 송. 월’에서 잘 드러난다. 작품은 경북 울진에서 동해안 도로를 따라오는 곳에서 만난 소나무를 그렸다. 힘차게 솟아 있는 소나무를 보면 시원한 풍경과 함께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이 안정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해송 5그루를 보고 5형제 중 막내인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고 형제가 나란히 서 있는 느낌을 받아 그렸단다.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녹여 담아내는 것, 더욱 생생한 작품의 비결이다.
비결이 하나 더 있다. 자연물의 생명력 그대로의 에너지를 가득 머금은 색감을 캠퍼스 공간을 가로지르는 구도로 표현, 따뜻하고 평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물의 모든 소실점이 모여 하나의 선을 이루고 원거리로 시선을 유도, 그 끝에 잔잔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수평 구도의 자연을 보노라면,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평범하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단한 현실 세계의 불안과 욕심을 떨쳐버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가 깃들여져 있다. 코로나로 인해 불안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자연의 미학이 담겨 있다.
김복동 작가/ 예원예술대학교 조형예술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 졸업. 1999년 서울갤러리 첫 개인전. 한일 작가 5인 초대전. 한국·프랑스 작가 7인 초대전, 일본 순회 개인전,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초대전 등. 2014년 규량아트페어초대전 우수작가상, 2016년 금보성 아트센터 우수작가상. 현재 갤러리K 제휴 작가로도 활동.
글/최영지 갤러리K 큐레이터 c61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