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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픽] 조물주가 만든 자연 그대로의 미학, 김복동 작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1.15 16:17
수정 2021.01.16 00:18

송악산의 봄_97x194(100호)_Oil on canvas_2009 ⓒ갤러리K 제공

드넓은 바다와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 때로는 눈 덮인 산과 메마른 사막,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은 예술가들의 영감이 되어 수많은 명작으로 남아 있다. 때로는 감각적으로, 때로는 경외심으로, 자연에는 예술가들의 마음을 훔치는 무엇이 있다.


프랑스 출신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를 빼놓고 사실적 풍경화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밀레는 감상적 그림에서 벗어나 농촌의 현실과 소박한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고요함이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소리보다는 양 떼의 발소리, 평화로운 바람이 풀잎을 스치는 소리처럼 소박하고 따뜻함이 담겨 있는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작가 김복동 ⓒ데일라인DB

허구적이고 화려한 세상이 아닌 솔직한 자연의 소박함과 평범함이 왜곡 없이 아름답게 담겨 있는 작가 김복동의 작품은 밀레와 닮았다. 김 작가의 작품은 우리나라 자연을 몸소 누비며 체험한 그 느낌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가 화폭으로 옮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의 공기와 습도까지 전해져 살결을 파고드는 듯하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치밀한 붓질에서 오는 생생한 공간의 재현, 그 자체다.


모사의 수법이나 테크닉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도리어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여주고 있다. 힘 있는 데생, 대상에 대한 통찰력과 정확한 관찰로 포착된 피사체들은 캠퍼스를 가득 채우며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 그 이상의 리얼리즘을 표상한다.


해.송.월_116.7x80.3(50호)_Oil on canvas_2014 ⓒ갤러리K 제공

이러한 경향은 작품 ‘해. 송. 월’에서 잘 드러난다. 작품은 경북 울진에서 동해안 도로를 따라오는 곳에서 만난 소나무를 그렸다. 힘차게 솟아 있는 소나무를 보면 시원한 풍경과 함께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이 안정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해송 5그루를 보고 5형제 중 막내인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고 형제가 나란히 서 있는 느낌을 받아 그렸단다.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녹여 담아내는 것, 더욱 생생한 작품의 비결이다.


비결이 하나 더 있다. 자연물의 생명력 그대로의 에너지를 가득 머금은 색감을 캠퍼스 공간을 가로지르는 구도로 표현, 따뜻하고 평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물의 모든 소실점이 모여 하나의 선을 이루고 원거리로 시선을 유도, 그 끝에 잔잔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수평 구도의 자연을 보노라면,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평범하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단한 현실 세계의 불안과 욕심을 떨쳐버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가 깃들여져 있다. 코로나로 인해 불안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자연의 미학이 담겨 있다.


김복동 작가/ 예원예술대학교 조형예술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 졸업. 1999년 서울갤러리 첫 개인전. 한일 작가 5인 초대전. 한국·프랑스 작가 7인 초대전, 일본 순회 개인전,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초대전 등. 2014년 규량아트페어초대전 우수작가상, 2016년 금보성 아트센터 우수작가상. 현재 갤러리K 제휴 작가로도 활동.


글/최영지 갤러리K 큐레이터 c6130@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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