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로도 주식투자 가능…시중은행 "실익 없다" 시큰둥
입력 2021.01.18 06:00
수정 2021.01.18 10:35
“주식매매 인프라 부족…막대한 비용 대비 효율성 저조” 우려
가입자 수도 감소세…국민만 신탁형 ISA에 한해 시스템 구축 준비
올해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상장 주식을 담을 수 있게 된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은 직접 주식투자가 불가능해 주식매매 시스템을 구축 해야 하는데 비용 대비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세제개편에 따라 올해부터는 ISA 가입 소득기준이 폐지되고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문호가 넓어졌다.
ISA는 한 계좌에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투자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 계좌다.
또한 의무가입 기간이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고 납입한도(연 2000만원) 이월도 가능해졌다.
특히 이번 개편에 따라 ISA의 자산운용 범위를 확대해 투자 가능 상품에 국내 상장주식이 추가됐다. 삼성전자 등 개별 주식을 ISA 계좌에 편입시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과 ISA 계좌에 있는 다른 상품 간 손익통산이 가능해져 합산 손익이 200만원까지, 서민형 가입자의 경우 4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은행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올 1분기 중으로 신탁형 ISA에 개별주식을 편입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에는 지난 2016년 4월부터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함에 따라 개별 주식 편입이 가능한 인프라는 구축 되어 있지만 현재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증권사 정도의 시스템은 아니지만 개별 주식 편입은 가능한 인프라가 있다"면서도 "주식 직접 매매 편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주식매매 관련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은행은 주식매매 라이센스가 없어 증권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수수료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SA 편입자산에 예·적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상장주식 편입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편입자산에서 예·적금 비중은 70%를 넘는 반면 국내외 채권형·주식형 펀드 비중은 10%에 그쳤다.
ISA 상품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미온적 대응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은행권 ISA 가입자수는 2018년 말 199만470명, 2019년 말 192만3011명, 2020년 11월 말 179만4895명 등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현재 은행들이 연초부터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3월 말까지 ISA 신규 가입 고객 1만명에게 선착순으로 아이스크림 모바일 쿠폰을 지급한다. 또한 100만원 이상 신규 가입 고객 중 계좌를 4월 말까지 유지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LG트롬 워시타워(1명) ▲맥북 프로 13형 512G(2명)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4명)를 제공한다.
반면 이미 주식매매 관련 인프라와 시스템에 갖춰져 있는 증권사들은 상장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 12일 금융권 최초로 국내 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신탁형 ISA’를 출시한 바 있다. 키움증권도 내달 중 ‘중개형 ISA’를 판매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 계좌에 상장 주식을 담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인력, 비용 등 현실적으로 시스템을 구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도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은행의 시스템 오픈 성과 등을 확인한 후 후발주자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