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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놀이 문화’ 범주 넘어선 알페스, 방치 넘어 부추기는 소속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1.14 01:00 수정 2021.01.13 21:36

가요계 관계자들 "소속사가 '알페스' 문화 부추기기도..."

법적 처벌 여지 있나..."새로운 문화 형태인 '알페스' 관련 판례 없어"

ⓒ픽사베이

최근 온라인상에선 AI(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이루다’라는 챗봇 서비스가 론칭된 이후 몇몇 남성 유저들이 스무 살 여성으로 설정된 이루다에게 성희롱을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밖에도 이루다는 동성애 혐오를 전시하는 채팅 메시지를 송출하면서 시민윤리 부재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루다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또 다른 성희롱 고발도 고개를 들었다. 주로 아이돌 팬덤 사이에 퍼진 ‘알페스’라는 문화다. 아이돌을 포함한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는 19금 동성연애 팬픽이다. 이에 여성 팬들이 보이그룹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알페스’ 처벌 청원이 올라왔고, 수만 명의 동의가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이 싸움의 시작은 남성들이 챗봇을 통해 성희롱 문화를 생산한다는 이슈를, ‘알페스’라는 도구를 꺼내 막아낸 것이 발단이다. 실제로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기사화 현황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작업이 성공했다고 자축한다. 결국 목적이 진짜 ‘알페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이슈를 전환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젠더 진영싸움으로 촉발된 문제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언젠가는 공론화 되었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그 대상이 꼭 보이그룹에 한정된 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알페스의 등장 훨씬 이전부터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팬픽은 꾸준히 존재해 왔다. 팬픽은 H.O.T, 신화와 같은 초창기 아이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산업이 발전하고, 팬덤 문화가 고도화하면서 생산되는 양이 방대해지고, 문제의식도 높아졌다.


아이돌 팬덤 내부에서도 알페스 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도 있다. 한 아이돌 그룹 팬이라는 A씨(여·26세)는 “알페스 문화를 ‘놀이’라고 표현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이것 역시 범죄 여부를 따져볼 여지가 있다. 알페스 문화를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 문화가 양지로 올라와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들 역시 범죄 행위라는 걸 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 가능성을 우려하는 게 아니겠냐”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관계자 역시 “알페스는 생각보다 넓고 다양한 범위의 문화다. 그 안에서도 ‘건강한 놀이 문화’로서 존재하는 것들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돌 산업 전반에 그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가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이라며 “안타까운 건 소속사가 이를 방지하는 것은 고사하고, 방관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런 문화가 만들어지게끔 유도하고 부추기는 시스템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획사들은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악플과 성적 모욕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19금 팬픽을 문제 삼는 일은 거의 볼 수 없다. 이런 2차 창작물이 팬덤을 지탱해주는 힘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알페스 문화를 살펴보면 법적 처벌의 여지가 있거나, 소속사 혹은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더라도 분명 사회규범 차원에서도 비판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법무법인 태일의 이조로 변호사는 “만약 소속사가 이미지상에 피해가 되는 내용의 글에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음에도 계속해서 이름을 사용한다면 성명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또 극도로 외설적이거나 정도를 넘어선 경우에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현재로선 일률적으로 ‘범죄다’ 혹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알페스’가 새로운 문화의 형태이기 때문에 판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판부의 판단을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기획사 측에서 이를 방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작자가 형사고발 당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아이돌 가수들의 성적 대상화나 동성에 대한 성범죄가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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