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도 증여 사상최대...“세금폭탄 다주택자 매매 안해”
입력 2021.01.13 05:00
수정 2021.01.12 17:02
강남권 가치 높은 아파트 1주택으로 남기고
노도강은 증여, 재산 지키면서 절세방법 찾아
노도강, 최근 1년간 갭투자 증가지역 1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도 높아지자 매매보다 ‘증여’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보통 증여는 서울 강남권에서 많이 이뤄져 왔으나, 서울 아파트값 상향 평준화·부동산 세금 강화로 지난해에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 증여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지역은 특히 ‘갭투자’ 비율이 높은 곳이다. 다주택자들은 서울 강남권 등 더 가치가 높은 지역을 1주택으로 보유하면서, 미래가치가 높은 노도강 지역은 증여를 통해 재산을 지키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증여(2만1508건) 비중은 전국 아파트 증여(8만1968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서울지역 증여 비중은 전년도에 비해 19.4%→26.2%로 높아졌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12월분 통계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서울은 전년도와 비교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지역 증여가 3130건→6637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노도강 지역 증여도 955건→2063건을 기록하며 두드러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다주택자들이 서울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노도강 아파트를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노도강은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외지인 투자가 많은 곳 중 하나”라며 “다주택자들은 더 가치 있는 아파트를 1주택으로 보유하면서, 투자를 했던 노도강 지역 아파트 등은 매매보다는 증여로 처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오르고 경기지역 등에서도 10억원을 넘어가는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도강 지역 아파트를 팔기가 아까워지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도강은 갭투자 비중이 높은 곳”이라며 “그동안 저평가 된 저렴한 지역이고, 풍선효과로 다른 서울 아파트와 키 맞추기 현상이 한창인 곳이라 팔아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지역 갭 투자 매매거래 증가 1위지역은 노원구로 전체거래(7075건) 1206건이 갭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보유세·양도세 등 부동산 세금을 높여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정부 계획과 시장반응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곳 역시 ‘노도강’ 지역이었다. 부동산 114 통계에 따르면 3.3㎡당 서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월 3081만원에서 12월 3464만원으로 12.4% 상승했다. 구별로 살펴보면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순으로 상승률이 가팔랐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필명 빠숑)은 “노도강 지역에 집을 가진 사람들 역시 미래 가격으로는 같은 집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 서울 중저가 아파트까지 증여 열풍이 확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