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차기 대한상의 회장 유력…4대그룹 총수 최초
입력 2021.01.07 09:15
수정 2021.01.07 09:15
내달 회장단 회의서 단독 추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용만 회장으로부터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회장이 현직 4대그룹 총수 가운데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상공회의소는 내달 초 회장단 회의를 열고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추대할 예정이다.
서울상의 회장은 관례적으로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는 만큼 이번 서울상의 회장 추대가 곧 대한상의 회장 추대가 된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총 24명으로, 박용만 회장 외 대성산업 김영대 회장, 현대해상화재보험 정몽윤 회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 현대자동차 공영운 사장, ㈜LG 권영수 부회장, SK(주) 장동현 사장 등 23명의 부회장이 있다. 서울상의 회장은 이들 24명의 회장단 가운데 선출된다.
박 회장은 최근 재계 원로 등과 논의 끝에 복수의 후보군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의 적임자로 낙점하고, 내달 초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서 단독추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 회장이 현재 회장단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내달 SK(주)측 장동현 사장이 부회장에서 빠지고 그 자리에 최태원 회장이 들어가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이후 최 회장이 서울상의 회장으로 추대되면 내달 23~24일께 정기총회에 이어 열리는 임시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최종 선출되고, 대한상의 회장 자리에도 오른다. 정식 임기는 현 박용만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3월 이후부터다.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추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있어왔다. 최 회장 역시 여러 차례 사회가 기업인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수락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30일 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인으로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확정될 경우 역대 대한상의 회장 중 최초로 4대그룹 총수가 국내 최대의 경제단체를 이끌게 된다.
특히 최 회장은 젊은 오너들로 교체된 4대그룹 총수들 중 맏형 역할을 하고 있어 대한상의가 재계에서 갖는 위상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경영이념을 앞세워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해왔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대한상의를 매개로 한 대중소기업 상생 분위기 확산도 기대된다.
반면, 현직 대기업 오너가 직접 대한상의를 이끌게 되는 만큼 각종 규제법안 등과 관련해 진보 성향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강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 박용만 회장의 경우 그동안 기업 규제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수시로 오가며 목소리를 내왔고 정부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을 이끌던 지난 2013년 8월부터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총수 자리를 박정원 회장에게 물려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