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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항공빅딜' 고비 넘겼지만…통합 명분 '생채기'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1.01.06 12:05
수정 2021.01.06 12:37

임시주총서 대한항공 유증안 정관 개정 가결

2대주주 국민연금 반대에 '논란의 불씨' 남겨

지난해12월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뉴시스

산업은행은 6일 대한항공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위한 주식 총수 정관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항공빅딜'을 향한 고비 넘겼지만, 당초 내세웠던 통합 명분에는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6일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변경안을 가결시켰다. 주식 총수 확대로 대한항공은 오는 3월 2조5000억원 수준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신고가 완료되는 3월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60%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대한항공은 지난달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투자한 8000억원을 대여받아 이중 3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명의 계좌에 인수 계약금으로 예치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임시주총 결과에 "다행이다"는 반응이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 주식 총수를 확대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탄력이 붙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지난해 11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정부 주도로 추진된 사안인데, 국민연금이 반대한 것 자체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앞서 전날 대한항공의 지분 8.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번 정관변경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 계약 체결 과정에서 아시아나에 대한 실사 없이 인수를 결정한 점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산업은행은 항공빅딜의 8부 능선을 넘게 됐지만,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도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수를 밀어붙인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다, "합병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없다"며 자신해온 이동걸 회장의 공언에도 흠집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항공빅딜의 8부 능선을 넘게 됐지만,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의 "대한항공의 인수 방식은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반대 논리에 힘을 실어주면서 논란의 불씨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선 주주총회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등 특수 관계인 지분율이 31.13%에 달하는데다 소액주주의 동의를 끌어내면서 국민연금의 반대는 변수가 되지 못했다.


임시주총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총수 1억 7532만466주 중 55.73%인 9772만2790주가 출석했고, 69.98%가 찬성했다. 금융권에선 국민연금의 이번 반대가 실제 정관 변경 무산이 목적이 아닌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했다는 명분을 챙기기 위한 일종의 '액션'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주주가치 훼손을 감시하는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지침)를 행사하고 있다는 시늉을 한 게 아닌가"라며 "국민연금이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총 전날에 전격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속보이는 행동이고, 인수 추진에 스크래치만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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