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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의 배드토크] 표절 이슈만 해명하다 직업의식 놓친 솔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1.03 07:00 수정 2021.01.02 18:08

솔비, 제프쿤스 작품 표절 의혹

앤디 워홀 영상으로 '의혹' 재치있게 대응

예술가들이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색으로 재해석을 시도하는 건 자연스러운 행위다. 현업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다른 이들의 영감, 원동력, 혹은 자극으로 이어져 또 다른 창작의 활로가 되기도 한다. 단, 의도와 출처를 정확하게 밝혔을 때다.


최근 솔비가 이같은 점을 간과해 표절과 오마주 논란을 불러일으키더니, 결국 직업의식 부재로 곤혹을 치뤘다.


솔비는 지난해 12월 22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빵실에서 케이크 만드는 일에 푹 빠져있다. 저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봤는데 어떠냐. 너무 실험적이냐"고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문제는 솔비가 만든 케이크의 디자인이었다.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Play-Doh'의 질감과 색감 표현, 자유롭게 쌓아올린 모습이 유사해 표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적이 이어지자 솔비는 글을 수정했다. 그는 "이 케이크는 아이들 클레이 놀이하는 걸 보다가 제프 쿤스의 play-doh 작품을 보고 영감 받아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저만의 케이크를 만들어 봤다"고 해명했다.


계속되는 논쟁에 솔비는 미국 팝아티스트 선구자인 앤디워홀을 오마주한 퍼포먼스로 대응했다. 솔비가 오마주한 모습은 앤디 워홀이 1982년 '미국의 66가지 풍경'이란 다큐멘터리 장면 중, 5분간 아무말 없이 햄버거를 먹은 후 'Burger, New York'(버거, 뉴욕)이라는 음성과 자막을 삽입한 장면이다. 솔비 역시 해당 케이크를 9분 동안 아무말 없이 먹은 후 'Just cake. seoul'(그냥 케이크. 서울)이란 자막을 입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솔비는 다시 한 번 인스타그램에 표절 논란에 억울함을 내비쳤다. 솔비는 인스타그램에 "2020년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상처와 아픔이 가득한 한 해였다"며 "화려해 보이는 외면과 다르게 상처 받고 미완성의 불안정한 케이크 모습은 2020년도를 겪은 현대인들의 초상"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예쁘게 진열돼 있는 획일화된 케이크를 보니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떠올랐다"며 "팝아트가 가진 경쾌하고 화려한 형태의 이면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독이 감사와 축하의 순기능을 잃어버린 환영받지 못한 나의 케이크에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프쿤스. 표절하고 싶었다면 내가 그를 선택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제프쿤스가 현대 미술계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고 있는만큼 솔비의 말처럼 그를 표절했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감이나 오마주의 출처를 생략한 채 사진을 올려놓은 뒤 지적을 받고나서야 글을 수정한 행동은 그의 직업의식과 도덕성에 물음표를 갖게 만든다.


솔비의 해명은 '표절하지 않았다'에 초점에 맞춰, 억울함만 담겨있을 뿐 자신이 출처를 생략한 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언급은 없었다. 처음부터 케이크를 만든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논란이다. 오히려 "제프쿤스. 표절하고 싶었다면 내가 그를 선택했을까"라며 논란을 제기한 이들에게 반문하고 있다. 이 말은 자칫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오마주'는 다른 작품을 이용하는 걸 뜻하는 용어로, 프랑스어로 존경과 경의를 의미한다. "저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봤다", "너무 실험적이냐"는 솔비의 첫 게시물에서는 어디에도 오마주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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