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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자제' 논란 반복될라…금감원 가이드라인 만든다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1.01.04 06:00
수정 2020.12.31 14:23

코로나19 여파 장기화 전망에 비상시 자율준수 방식으로 할 듯

과도한 시장개입 '관치논란' 불가피…"금융사 가치 하락" 우려도

서울 여의도 금융가 모습. ⓒ데일리안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연말 배당 자제를 권고해 관치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배당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사 배당에 대한 '위기상황시 합리적 기준'을 잡아놓고 향후 잡음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와 금융권은 합리적인 배당금 산정 절차·기준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관치 논란을 의식해 업계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금융사의 자율준수에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기준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사는 법적으로 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 6월 은행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고 배당금은 종전 수준 이하로 제한했다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34개 은행들이 모두 최저요건을 통과해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애초에 금감원이 은행권에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데에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자칫 금융기관 부실위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금감원은 3년 장기 전망을 토대로 국내 금융기관이 코로나19 위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시나리오별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위험 신호'가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상황에 대해 일정기간 이후 반등하는 U자형과 반등하지 못하는 L자형으로 나눠서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봤더니 L자형 상황에서 일부 금융지주마저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배당성향 15~25% 선에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사이의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고,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9조원에 달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도 각각 16.02%, 14.72%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배당을 제한 받는 BIS 기준 총자본비율 기준치(10.5%)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다.


금감원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결과다. 더욱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 금융주는 연말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은행(-0.45%), 보험(-0.05%) 등은 약세였다. 전날인 29일에도 은행업 10개 종목의 평균 하락폭은 4.89%에 달했다.


당장 올해 은행권 배당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8일 산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은행 평균 배당성향을 지난해 보다 2.5%P 축소된 23.5%(자사주 배당 제외 기준)로 전망했다. 4대 금융지주사들은 23~25%대 배당성향이 예상됐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 27%, KB금융 26%, 하나금융 26%, 신한금융 25% 등이었고, 배당총액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883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B금융(8610억원), 하나금융(6165억원), 우리금융(5050억원) 순이었다.


금융권에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내년에도 은행주 배당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며 논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배당 가이드라인을 법적으로 제도화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은행들이 이를 자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안그래도 저평가된 금융사의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금융사와 협의 과정을 심도 있게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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