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까지 받은 유명 역사학자, 39세 어린 여제자 동거 중 살해
입력 2020.12.27 01:05
수정 2020.12.27 05:53
러시아의 유명 역사학 교수가 39세 연하의 여제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징역 1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5일 BBC와 로이터 등 주요외신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프랑스 역사 전문가 올레그 소콜로프(64)가 3년 넘게 동거 중이었던 39살 연하 여제자를 토막 살해한 혐의로 징역 1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소콜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이카강에 빠졌다가 익사 직전 구조됐다. 당시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절단된 여성의 신체 부위와 호신용 권총이 든 배낭을 메고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 소콜로프는 동거하던 아나스타샤 예시첸코가 전처 소생 자녀들을 모욕하자 화가 나 그녀를 쏘아죽이고 시신을 절단해 모이카강에 버리려다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강에 빠졌던 이유는 예시첸코의 팔이 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아 차가운 강으로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산탄총을 네 차례 발사해 살해한 뒤 톱과 부엌칼로 시신을 토막 내 유기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강물 바닥을 뒤져 다른 신체 부위들도 찾아냈으며, 폐쇄회로(CC)TV를 통해 그가 그날 아침 두 개의 가방을 메고 강으로 향하는 장면을 확인했고 그의 아파트에서 예시첸코의 머리를 찾아냈다.
소콜로프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연구 전문가로 여러 저서를 출간한 유명 역사학자이다. 2003년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으며 스스로 나폴레옹으로 분장해 전투 장면에도 수차례 참여했다.
예시첸코도 전투 장면을 재현할 당시 함께 참여했으며 소콜로프의 역사 연구 논문 중 일부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소콜로프와 예시첸코는 서로에게 '조세핀'과 '폐하'라고 부르며 코스프레를 즐기는 각별한 사이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소콜로프는 살해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살인을 계획한 것은 아니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시첸코가 자녀들을 모욕해 제정신이 아니었으며, 이미 많은 고통을 받았으니 관대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소콜로프는 예시첸코를 살해하고 자신도 나폴레옹 복장으로 자살을 할 생각이었다고 말하기도.
러시아 여권 운동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가정폭력에 대한 러시아의 무관심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예시첸코 유가족 변호사 알렉산드라 박셰바는 "소콜로프를 징역형에 처한다 해도 죽은 예시첸코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유가족들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