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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 밟는 홍남기…김용범은 브레이크로 경제정책 '균형추'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0.12.24 13:14
수정 2020.12.24 13:49

성장률, 탄소중립 등 현안 두고 시각차

홍남기 적극 추진, 김용범 신중한 처세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회의 시작 전 홍남기 장관과 김용범 차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헤드십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청발(發) 정책 주문을 여과 없이 받아 추진한다면 김용범 1차관은 정책의 양면성을 분석하며 파급효과와 전망 거론에 신중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홍 "성장률 3.2% 충분히 가능" vs 김 "코로나 리스크 간과하면 안돼"


우선 국가 경제성장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홍 부총리는 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1.1%로 낮추자 "한국은 효과적인 방역 조치에 힘입어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위축이 가장 작은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기재부 역시 OECD와 같이 -1.1%를 제시했다.


반면 김용범 차관은 하반기 코로나19 확산세를 지켜보며 -1.1%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차관은 22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올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실제 성장률이 정부가 예측한 -1.1%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내년 성장률 또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밝힌 '성장률 3.2%'가 가능한 수치냐고 취재진이 묻자, 홍 부총리는 "국제기구, IB, 글로벌 경제와 교역, 국내 투자, 건설, 수출 등 종합적으로 고려했으며 달성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백신이 등장하며 종식 기대가 커지는 글로벌 경제 현황을 적극 반영했다.


이에 반해 김 차관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우위에 두고 있다. 김 차관은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비롯해 미국·중국 간 갈등 같은 리스크 요인 탓에 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차관은 다음 날인 23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도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와 관련 "3분기 이후 나타났던 경기 개선흐름이 상당부분 제약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관되게 신중론을 폈다.


특히 김 차관은 "내수의 경우 거리두기 단계 격상 등에 따라 11월말부터 이동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경제·소비 활동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음식·숙박업 등 고용비중이 높은 대면서비스업이 주로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향후 취약계층 고용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탄소 중립, 홍 "과감한 선제 대응" vs "김 "속도 조절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탄소 중립' 추진과 관련해서도 두 사람의 시각이 사뭇 다르다. 홍 부총리는 '과감한 선제 대응'을 피력한 반면, 김 차관은 '탄소 저감 목표에 신중해야 한다'며 속도차를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는 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탄소 중립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은 시대적·세계적 흐름으로 우리에게도 선택 아닌 필수과제"며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면 국익과 미래세대를 위해 '상황 적응'보다 '과감한 선제 대응'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차관은 며칠 뒤인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분야별 탄소배출 비중이나 코로나19로 더 악화된 양극화 추이를 감안해 건물·수송 분야에서 너무 의욕적인 탄소 저감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탄소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두 사람 모두 '신중해야 한다'는 일치된 입장이다. 정부가 탄소세라는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한국 경제를 '탄소 제로' 추진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탄소세가 생기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의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탄소세는 기후 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소득 분배와 물가, 산업 경쟁력 등 여러 가지 미치는 영향이 다각적이다. 지금 단계에서 탄소세의 도입 여부나 경유세의 인상 여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 차관 역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탄소 저감 노력이 필요한데, 탄소 배출 가격이 오르면 장기적으로 건물 난방비와 전기료가 상승하고 자동차 유류세도 비싸진다"며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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