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내년 본격 성장 가속 페달 밟는다
입력 2020.12.22 06:00
수정 2020.12.22 02:14
수요 급증 속 TSMC 할인 폐지·SMIC 제재도 긍정적
초미세공정 기술력에 생산력 확대로 경쟁력 제고
올해 사업 수주 발판으로 내년 본격 성장 원년 기대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내년에 성장 가속 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팹리스(Fabless·칩 설계 전문) 업체들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업계 1위 타이완 TSMC의 가격 할인 폐지로 2위인 삼성전자가 초미세공정 수요를 소화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로 빅 2를 추격해야 하는 중국 SMIC는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긍정적인 반사 효과까지 기대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등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이동통신(5G) 관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팹리스 고객들의 주문이 증가하는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예상한 내년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738억달러(약 81조1800억원)로 올해(681억달러) 대비 약 8.4%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618억달러에서 지난해 600억달러로 줄었다가 올해 반등한 것을 계기로 다시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오는 2022년 805억달러, 2023년 873억달러, 2024년 944억달러로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고된 상태다.
◆ 기술 경쟁력 강화 속 긍정적 반사효과 기대
삼성전자가 내년 파운드리 시장에서 가파른 도약이 예상되고 있는데는 전체적인 시장의 성장 전망뿐만 아니라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술력에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예상 점유율은 16.4%로 TSMC(55.6%)에 크게 뒤져 있다.
하지만 7나노미터(nm·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초미세 공정 기술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고 있어 내년부터 TSMC 추격을 본격화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내세워 오는 2022년까지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TSMC보다 빠른 3㎚ 공정 상용화 계획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쟁자들의 상황도 삼성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TSMC는 그동안 대형 고객사들에게 제공하던 생산 할인 프로모션(10만웨이퍼당 최대 3%할인)을 종료했다.
고객사들로부터 칩 주문량이 급증하는 등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다른 파운드리업체들도 생산 단가를 인상하고 있어 굳이 할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타이완 유나이티드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UMC)와 뱅가드국제반도체(VIS) 등은 8인치 파운드리 수요가 증가하자 이미 칩 생산 단가를 올린 바 있다.
TSMC의 이러한 조치는 기술력과 생산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수익성 향상을 꾀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애플·퀄컴·엔비디아·AMD 등 대형 고객사들의 자금 부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그동안 팹리스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던 만큼 대안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그 수혜를 삼성전자가 입을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로 세계 5위 업체인 SMIC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주요 외신들은 SMIC가 미국 상무부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고품질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SMC를 추격하면서 SMIC 등 추격자들을 경계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사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잇따른 사업수주로 고객 신뢰도 입증
삼성전자가 올해 잇따른 파운드리 사업 수주로 기술력 검증 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신뢰 구축도 입증된 상태라는 점도 내년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되는 요인이다.
위탁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업체로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자체적으로 칩 설계를 하는 것이 고객인 팹리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를 야기할 수 있어 사업 수주에 약점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 잇따른 사업 수주로 이러한 약점을 극복해 나가면서 내년 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에 이어 9월 초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주에도 성공했다. 또 퀄컴의 5세대이동통신(5G)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칩인 스냅드래곤875(가칭)을 전량 생산하는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장비 확보에 전력하면서 기술력뿐만 아니라 생산력 확보에도 전력하고 있다. 올해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EUV 노광장비는 18대(추정치)로 TSMC(40대·추정치)의 절반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원천기술을 토대로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대당 1500억원 이상의 고가임에도 생산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적기에 확보하는게 용이하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유럽 출장길에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MSL 본사를 방문해 장비 확보에 직접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최근 회사의 유일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인 텍사스 오스틴 공장 인근에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운드리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98조원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본격 추격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천명한 상황에서 파운드리가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